“나오는구나!”
한화 포수 신경현이 벌떡 일어나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3000여 관중도, 상대팀 현대 벤치도 일어났다. 등번호 99번 투수 조성민이 마운드로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15일 수원구장서 열린 2005삼성PAVV프로야구 한화―현대전. 한화가 3―5로 뒤지던 7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그가 나오자 3루쪽 한화 응원단에서 힘차게 “조성민”을 외쳤다. 그는 이날 오전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눈 앞이 컴컴했어요. 오랜만에 치르는 야간경기여서인지 포수가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정말 왜 그리 포수가 그리 멀어보이는지….”
조성민의 1군 등판은 2002년 6월 2일 일본 프로야구 도쿄돔 히로시마 카프 전 이후 3년만. 은퇴 후 공백과 좌절이 길었던 만큼 조성민은 경기 직전까지 “여한이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1군 마운드가 내 목표의 전부”라며 “1이닝이라도 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대 정성훈과 강병식을 각각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조성민은 다음타자인 강귀태까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게다가 이어진 8회초 신경현의 역전 투런포에 힘입어 전세를 6―5로 뒤집었다. 한화 더그아웃에선 다시 함성이 터져나왔고, 2001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민철이 가장 먼저 그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대로 끝나면 승리 투수. 하지만 그 때문인지 조성민은 더 긴장했다. 8회말 볼넷 2개와 몸 맞는 공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역전 상황이라서 떨리기도 했고, 아직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제 컨디션의 70%도 나왔어요.”
다행히 구원 투수 윤규진과 차명주가 후속타자들을 삼진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조성민은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조성민은 “동료들 덕분에 운좋게 첫 등판부터 승리투수가 됐다”며 “하지만 승패 기록보단 내가 할일이 뭔지 찾아가는 투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나주환의 끝내기 안타로 SK에 4대3으로 역전승, 공동 2위에 복귀했고, 기아는 김상훈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LG를 6대4로 눌렀다. 대구 경기(롯데―삼성)는 비로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