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0일 우라늄 전환시설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봉인을 제거하고 전면적인 핵 활동에 돌입하자,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이 IAEA에 대(對)이란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란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 이란 사태가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마지막 봉인까지 제거=IAEA의 마크 그보즈데키 대변인은 10일 "이란이 이스파한 소재 우라늄 전환시설에 설치된 IAEA의 모든 봉인을 해제했다"고 확인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의 길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TV도 이란원자력기구 의장의 말을 인용, "마지막 봉인이 제거됐다"고 확인했다.

지난 2년간 이란과 협상을 벌여왔던 EU 3국은 모든 핵 활동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IAEA에 긴급 제출했으며, IAEA는 11일 오후 3시(한국시각 오후 10시) 이사회를 열어 EU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EU 3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유엔 제재를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대단히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핵 활동 재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IAEA에 파견된 이란 협상대표 시루스 나세리는 BBC방송의 '뉴스나이트'(Newsnight)와의 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이 이란과 대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중대한 오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뭘 믿고 이러나=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안보리 카드는 실행에 옮겨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안보리의 이란 제재는 유가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기 때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거부권도 이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다. 중국은 2003년 3월 이란으로부터 1억1000만t의 LNG(액화천연가스)를 25년에 걸쳐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억5000만t의 LNG와 함께 매일 15만배럴의 석유를 25년 동안 수입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8억달러 규모의 중수로 건설과 핵 연료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지원에 개입돼 있다.

반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느라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다가오는 전쟁들'이란 기사에서 "미국은 현재 이라크·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에 상당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며, "이미 이란에 비밀요원들을 투입해 정밀조준폭격 또는 전면전에 대비한 목표물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