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지난 8일 본사 회의실에서 8월 정례회의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김용준(金容俊·전 헌법재판소 소장) 위원장을 비롯, 여상규(余尙奎·변호사), 이홍식(李弘植·연세대 교수), 김태수(金兌洙·변호사), 정이현(鄭梨賢·소설가) 위원 등이 참석했다.
―현행법에서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를 공개하면 처벌받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야는 특별법과 특검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테이프를 공개해도 처벌받지 않는 특별법이나 특검법을 제정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보호 원칙에 저촉되는 것을 소급해서까지 문제삼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공개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의견이 있으나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에게 물어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논쟁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공개 후의 후유증은 생각 않고 막연히 공개를 원하기 때문이다.
―테이프 공개와 관련해 여론조사가 자주 인용되는데,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귀하의 사적인 대화내용이 녹음되어 있어도 귀하는 녹음테이프 공개를 원하는가" 하는 식으로 물어야 한다.
―테이프를 공개할 것인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불법 도·감청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유출과정과 유출을 둘러싼 관련자들의 거래 내용들을 낱낱이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개를 찬성한다. 그러나 쟁점이 되면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삼성에 대해서 공개할 필요성을 느낀다. 전부가 아니라 불법적인 부분의 공개를 원한다.
―이번 사건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대화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정당한가 부당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테이프 자체가 불법의 산물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사생활 및 사익과 관련된 내용은 절대 공개돼서는 안 된다. 국가기밀사항도 마찬가지다. 대화 속에서 불법적인 내용들이 발견된다면, 공익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 공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단 표적·선별 공개는 곤란하다. 언론이 앞서 보도하기보다는 경찰이 테이프를 수사의 단서로 삼아 불법적인 부분을 밝혀낸 뒤, 그 수사발표를 보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민의 알 권리는 특정인의 사적 대화에 있지 않다. 그쪽으로 쏠리고 있는 세간의 관심을 경계해야 한다.
―언어적 대화와 비언어적 대화 중 비언어적 대화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대화 속 성적인 얘기가 농담일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는데 거두절미한 녹취록만 가지고는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자칫 말하는 사람의 취지에 반한 결과를 낳게 된다.
―불법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합의 없이 무조건 공개하면 나라가 불신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도청의 주 대상일 텐데 이들에 대한 나쁜 내용만 공개되면 그 뒤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차제에 외국의 도청 사례를 소개하고 이것을 국가적으로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분석한 기획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공개한 곳과 공개하지 않은 곳을 비교해 법률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따졌으면 좋겠다.
―MBC 알몸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의 후속보도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 음란 사건이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사건임에도 조선일보는 음란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는 느낌이다.
'나이트 클럽' 기사를 통해 젊은이들이 수치심을 벗어던지고 있다고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몸사건의 피해자는 현장에 있던 어린 소녀들이다.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