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라디오에선 '전국 최고 더위'라는 디스크자키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 풍납동 양명순(48)씨의 3평 남짓한 집 안은 따가운 여름 햇살도 비추지 않았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금세라도 우수수 무너질 듯했다. 선천적인 장애로 걷지 못하는 양씨는 "바깥 나들이는 맘껏 못하더라도 한평 남짓한 '마당'에 나와 햇볕을 쬐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9일, 양씨의 소원이 우리이웃네트워크 참여단체인 열린세상국민문화운동본부(www.openworld.or.kr)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이 단체는 하버드대의 정문을 자동문으로 바꾸게 한 일화로 유명한 중증 척수장애인 이일세(44)씨가 3년 전 만든 단체. 장애인을 위한 '턱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 회원 20여명이 3일 동안 양씨와 그 가족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펼쳤다. 자유로운 거동을 막았던 방문 턱과 대문 턱을 없애고, 방에서 대문까지 연결된 2m 길이의 까만 슬레이트 지붕도 하늘을 볼 수 있는 투명한 패널로 바꾸었다. 키가 120㎝ 정도인 양씨가 부엌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싱크대 높이도 낮췄다. 또 대문에 벨을 설치해 집 안에서 버튼 하나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양씨는 "월세 5만원의 낡고 어두운 집이 친구들 불러 집들이 하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좋아했다.
3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조성일(44)씨는 “공사가 있는 날은 아침 6시쯤 집에서 나와 페인트를 바르고 전기공사를 하고 도배를 한다”며 “2~3일 고생하고 이만큼 큰 보람을 얻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웃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김누리(여·20)씨는 뜨거운 햇볕에 살이 발갛게 익으면서도 “집이 예뻐지는 걸 보면 페인트 칠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콧노래를 불렀다. 3년째 빠지지 않고 봉사 현장을 찾는 거성건설·그랜드개발·위더스우드의 사장과 직원들은 이름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