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에서 한 연극배우가 "연극에는 연습이 있지만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며 미리 대책을 잘 세워야한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뜻을 모르지는 않지만 인생에 오로지 '연습'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연습을 인생의 대책으로 여기고, 연주를 평생 업(業)으로 삼고 사는 음악인들이다.
직업이기 때문인지 업보인 탓인지 연주자들은 "연습하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으며 악기를 배운다. 학교를 마칠 때까지 시험이나 경쟁 무대에서 처지지 않기 위해 연습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남에게 보여주고 들려줄 것이 없으니 또 끊임없이 연습한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이가 많건 적건, 스스로 "연습 많이 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거꾸로 대부분은 "늘 연습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학생만이 아니라 이름만 대도 알 만큼 유명한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처럼 음악인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를 요구하는 곳에서는 연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연주와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혼자서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독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연습과 친하게 지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손가락 끝을 지압해주면 건강에 좋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들이 연습 덕분에 가장 장수한다”는 농담을 위안으로 삼곤 한다. 짧은 희열 뒤에 감춰진, 길고도 험난한 길을 함께 하는 ‘연습’이라는 길동무가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
(김지현·피아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