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갯벌이 무분별한 체험관광으로 훼손되고 있다. 관광업체들이 마구 고객을 끌어모아 갯벌에 풀어놓고 조개를 캐라고 하니 갯벌이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 발에 밟힌 갯벌에선 경화(硬化) 현상이 나타나고 갯벌 동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생태관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계획적으로 추진되고 있나를 보여준다.
생태관광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지는 세계적으로 봐서 20년이 넘는다. 1997년도에 이미 생태관광이 세계 관광 총매출의 7%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년 10~15%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호주·캐나다·브라질 등이 생태관광으로 성공한 나라들이고, 중국도 1999년에 '생태관광의 해'를 선포했다. 태국과 몽골 등은 진작부터 생태관광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선정해서 육성해왔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필자가 일반인을 상대로 조사해봤더니 생태관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2002년엔 52%였는데 2004년에는 35%로 감소했다. '꼭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는 99년의 8%에서 2002년에 6%로, 2004년에는 1%로 떨어졌다. 갯벌의 조개줍기 같은 환경파괴적인 관광이거나, 동식물 이름부터 외워야 하는 지나치게 고상한 관광이 우리 생태관광의 모습이다. 초등학생을 둔 가족이라면 모를까 가 봐야 재미도 없고 볼 것도 없고 유치하다는 평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돈도 벌어보겠다던 젊은 생태관광업자들도 거의 망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중앙정부나 지자체들이 나서서 '생태관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생태관광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콘도 세우는 식의 개발을 합리화하는 핑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규슈에 야쿠시마라는 곳이 있다. 삼나무 숲이 울창해서 1993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2000년 됐다'고 홍보하는 삼나무도 있다. 이곳에선 주민들이 중심이 돼서 생태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환경문화재단이란 단체를 주축으로 100억원의 기금을 만들었다. 지역 관광매출의 일부를 떼어내 모은 것이다. 그 기금을 활용해 숙소를 정비하고 주민들을 생태관광 가이드로 훈련시켰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호주는 1994년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생태관광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선두주자인 퀸즐랜드주의 경우 외국인 방문객의 80%가 국립공원이나 열대우림을 찾고 고래관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관광업체 스스로 관광객에 의한 환경훼손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숙소도 주 정부의 인증제도로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국가·지방자치단체·주민들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만 개발하면 생태관광의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단기적인 투자로 한몫 보고 빠지겠다는 생각이다. 갯벌체험이 유행하자 닥치는 대로 사람을 불러보아 아무 준비 없이 갯벌에 몰아넣는 식이다. 그러니 갯벌은 파괴되고, 한번 갯벌 체험을 한 사람들은 다시 오겠다는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생태관광은 자연조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주민과 관광업계, 그리고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생태관광'으로 홍보만 한다고 관광객이 오는 것은 아니다. 한두번은 찾아주겠지만 "속았다"는 느낌을 주는 관광상품의 생명은 길지 못하다. 생태관광을 지역 발전의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성일·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