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시고기’는 부성애(父性愛)의 상징으로 통한다. 얼마 전 동명(同名)소설과 영화가 대중적 사랑을 받았기 때문. 자연 속 수컷 가시고기는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온 몸을 바쳐 뒷바라지 하다가 끝내 숨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MBC가 오는 7일 오후 5시10분 방송할 자연다큐멘터리 ‘쥐노래미 아비, 그 60일간의 사투’가 다루는 주제도 비슷하다. 다만 주인공 물고기가 ‘가시고기’가 아닌 ‘쥐노래미’인 것이 차이.

산란기가 되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황금빛으로 몸 색깔이 바뀌는 수컷 쥐노래미. 제 짝을 만나 암컷이 산란을 하면 그 알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수컷의 몫이다. 암컷이 사라진 자리를 혼자 지키며 알이 잘 부화할 수 있도록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해 산소를 공급하고, 밤을 꼬박 새며 천적들을 방어한다. 자신은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작진은 특히 수컷 쥐노래미들이, 알을 노리는 천적과 벌이는 사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70㎝의 쥐노래미가 몸무게가 10㎏이나 되는 문어를 마구 물어뜯는 모습, 끊임없이 공격해들어오는 불가사리들을 입으로 물어 갖다버리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탄다. 그러나 수컷 쥐노래미의 가장 큰 천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인간. 아무렇게나 바다 속에 버려진 폐기물이나 낚싯줄에 걸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고 때로 목숨까지 잃는 쥐노래미들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알을 온전히 부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쥐노래미 수컷들은 제대로 수정이 안 된 알을 가차없이 내다버리는 냉정함도 보여준다. 천적들이 냄새를 맡고 와서 다른 알까지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몇 마리 새끼는 포기하는 것. 연출자 최삼규PD는 오랜 경력을 가진 국내 자연다큐멘터리의 전문가. 지난 95년 ‘어미새의 사랑’으로 한국방송대상 TV 부문 최우수상,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특별상을, 2002년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로 뱅상예술대상 TV 작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