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검사 최영기 역을 맡은 차승원. “눈 좋지 않으세요? 안경은 왜…”라고 묻자 “아, 이건 ‘코오디네이션’이잖아요~.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되지~!”라며 ‘선생 김봉두’처럼 펄쩍 뛰었다. <a href=mailto:mwlee@chosun.com><font color=#000000>/ 이명원기자</font><

차승원의 친화력은 대단하다. 그가 영화 속에서 긴 팔다리를 조금만 버둥거려도, 눈을 몇 번 꿈벅거리는 것만으로도, 잔뜩 굳어 있던 사람들 마음이 단숨에 ‘무장해제’되고 만다.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어디 흔한가.

1일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11일 개봉)’ 시사회장. 무대에 올라 “차승원입니다”라며 주변을 돌아 보던 이 키 큰 사내는 “여기 기자분들만 계신 거 맞나 봐요. 보통은 제가 올라오면 환호도 하고 그러는데…”라는 넉살로 기자들이 웃음부터 터뜨리게 (또 환호하게) 만들었다. 실제 만나 보면, 차승원의 친화력은 예상치의 두 배 이상이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많은 데 가면 불편하냐고요? 제가 불편해 할 것 같아요? 제가 뭐 어느 날 확 뜬 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시장도 맨날 제가 혼자 보러다니는데요.”

범죄 스릴러지만 다분히 ‘장진식 코미디’로 점철돼 있는 ‘박수…’에서 차승원의 진가는 두배로 빛난다. 그가 연기한 최연기는 살인사건의 배후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격한 검사. “1형식 문장으로만 말해!”라며 용의자 김영훈(신하균)을 몰아세울 때, 또 “닥쳐, 지금 검사들이 얼굴에 열십자 그어가며 대화나누고 있잖아!”라며 방송국 PD에게 핏대를 올릴 때, 차승원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조성하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그가 “…라고 말하려 했단 말이지?”라며 딴소리를 하는 순간 이 긴장감은 폭발적인 웃음으로 승화한다. ‘눈썹 꿈틀’ 한번으로 스릴러와 코미디 사이를,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 사이를 능란하게 넘나드는 최연기는 ‘인간 차승원’과도 닮았다.

“온전히 제 실제 모습을 보여 드린 느낌이에요. 제가 대중에게 코미디 영화나 ‘꼬추장(‘고추장’이라고 발음하면 차승원이 아니다) 광고 속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좀 가공된 면도 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신구 선생님과 대화 나누는 최연기의 모습은 공원에서 매니저와 대화할 때의 제 모습 그대로예요. 그래서 좋았어요.”

‘어찌 보면 웃기지만 가만 보면 무서운’ 최연기처럼, 실제 차승원도 ‘마냥 즐거운’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촬영기간 동안 평균 하루 세 번씩 장진 감독과 통화를 할 만큼 집요하고, “영화 속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장할 것 같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다. “다 살기 위해 그러는 거예요. 저에겐 연기가 정말 절실한 일이잖아요. 나 자신에게 쪽 팔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뭘 하다 갔는지는 알게 해야죠.”

박사과정 학생을 방불케 하는 차승원의 큼직한 가방 속에는 포스트잇이 촘촘히 붙은 시나리오와 메모용 노트, 다이어리 등이 빼곡했다. 영화 흥행에 대한 책임의식도 가방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누군들 홈런을 치고 싶지 않겠어요. 삼진아웃(흥행 참패) 당하더라도 스윙이 안정됐다(연기 잘했다)는 말만 들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타석에 들어섰으면 못 해도 1루타는 쳐야죠. 같이 작업한 스태프들에게 보람이 돌아가려면요.”

공식행사가 끝나면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많은 스타들과 달리, 그는 극장에서나, 식당에서나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아주머니의 아는 체에도 일일이 답한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룰을 지키지 않으면 나쁜 놈”이라고 믿고 “2등이 두려운 1등보다는 1등이 두려워하는 2등이 되고 싶다”는 차승원. 그는 근사한 홈런을 친 뒤에도 ‘만루홈런’ ‘장외홈런’을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배우다. 그의 다음 스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