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테러작전에 중요한 군사기지를 제공하던 우즈베키스탄이 자국 내 미군기지를 180일 안에 전면 철수하라고 29일 미국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전 협의도 없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일방적 조치다.

이 요구가 나온 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즈베크의 '카르시 하나바드'(일명 K2기지)에서 철군할 방침을 밝혔다. 우즈베크가 철군을 요구하면 미국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기지사용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안디잔 사태가 발단=양국은 지난 수년간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우즈베크는 2001년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직후 K2기지를 미군에 제공했다. 미국은 기지 사용료 등으로 8억달러를 제공했고, 카리모프의 강압 통치를 적당히 눈감아 줬다.

양국관계는 지난 5월 안디잔 사태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안디잔 사태란, 우즈베크 동부 도시 안디잔에서 정부의 이슬람 탄압에 반발하는 소요가 벌어지자 군·경이 시위대 수백 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미국이 유혈진압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자, 우즈베크는 K2기지의 비행을 제한하는 등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유엔은 안디잔 사태 때 인접국인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간 정치적 난민 439명을 루마니아 등지로 이송했다. "그들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던 우즈베크 정부는 난민 이송 몇 시간 만에 미군 철수를 통보했다.

◆美, "K2기지 잃고 싶지 않다"=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분명히 말하건대, K2기지를 잃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K2기지는 미국이 아프간 북부에 구호물자를 수송하는 유일한 통로다.

미국은 중앙아에서 석유 확보 등을 놓고 러시아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본지 5월25일자 A14면〉. 러시아·중국·우즈베크·키르기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국 정상은 지난 7월 5일 중앙아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11일에는 키르기스 대통령에 당선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가 미군 철수 논의 필요성을 재차 제기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25~27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키르기스와 타지키스탄에 보내 수습에 나섰다. 키르기스는 럼즈펠드 방문 이후 26일 "미군이 더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기존 주장을 180도 뒤집었다. 키르기스에선 "미국이 2억달러의 무이자 차관을 제공하기로 밀약하고 얻은 대가"라는 보도가 나왔다. 우즈베크의 철군 요구는 미국이 한숨 돌리는 순간 뒤통수를 때린 격이 됐다. 미국은 중앙아 군사 전략의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