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고 쓸 것인가, '꽃은 피었다'고 쓸 것인가. 소설가 김훈은 단 하나의 조사를 선택하기 위해 몇 달을 고민했다고 한다. 쓴다고 다 글이 아니고, 적는다고 다 문장이 아니란 뜻이다.
미국에서 해마다 영어로 쓰인 최악의 문장에 수여하는 '불워 리턴'상(賞) 수상자가 28일 발표됐다. 로이터통신이 전한 올해의 수상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컴퓨터 분석가인 댄 맥케이(43).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쳐다보면서, 그는 자신의 스포츠카에 장착된 두 개의 카뷰레터(자동차 기화기)를 떠올렸고…"로 시작하는 그의 문장은 58개의 단어가 동원됐지만 유치한 상상력과 어색한 수식어가 가득하다.
올해로 23년째 이어져온 '불워 리턴상'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주립대학 영문학과 스콧 라이스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그에게 영감을 준 이는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 스누피가 자못 고뇌에 찬 표정으로 타자기 앞에 앉아 장고 끝에 두드리는 문장은 늘 똑같다. "어둡고 폭풍우 칠 듯한 밤이었다."
라이스 교수는 이 문장이 영국 작가 에드워드 조지 불워 리턴(1803~1873)의 1830년작 '폴 클리포드'에 등장하는 장황한 문단의 일부임을 발견했다. 그는 "불워 리턴의 이름을 딴 '최악의 문장상'을 시작한 첫 해에는 후보작이 단 셋뿐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메일이나 우편을 통해 수천 개의 문장이 추천작으로 쏟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런 상이 생긴다면 얼마나 많은 추천작이 쏟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