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불법 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전 팀장 공운영(58)씨 집에서 불법 도청 녹음테이프 274개와 녹취보고서 13권이 무더기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안기부 불법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27일 공씨 집 압수수색 당시 종이상자에 있던 도청자료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부에 유출된 도청테이프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A3·4면)
검찰에 따르면 녹음테이프는 각 120분 분량으로 총 540여시간 이상, 녹취보고서는 각 200~300쪽씩 모두 3000여쪽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불법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수사는 물론 제작 및 보관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에 압수한 녹음테이프가 1999년 국정원이 유출된 도청테이프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공씨가 반납하기 전 따로 복사를 해놓은 것이거나 아예 다른 테이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압수된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에는 92년과 97년 대선 과정에서 모 재벌의 대선자금 지원 정황 및 액수 등을 알 수 있는 내용과 대선 후보들의 사생활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도청자료를 유포하고 일부 도청테이프로 삼성에 거액을 요구한 재미교포 박인회(58·미국명 윌리엄 박)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1999년 9월 말 삼성그룹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사무실에서 5억원을 주지 않으면 도청테이프를 공개하겠다며 이 본부장을 협박하고, 작년 12월 MBC 기자에게 도청테이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공운영씨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다음달 4일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1994년 미림팀 재건 및 도청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이원종(李源宗) 전 청와대 정무수석,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 5~6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사건으로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출국이 금지된 인사는 20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현철씨와 이 전 수석은 94년 김영삼 정권 시절 안기부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 재구성 및 활동의 배후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