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A다단계업체의 '판매원 모집 교육'에 잠입한 기자와 다른 참가자들은 철저한 감시를 당했다.
첫째날 약속장소인 ○○ 지하철역에서 A회사까지 가는 10여 분 동안 기자를 이 회사에 소개한 사람은 만나자마자 한 번, 걸어가면서 한 번,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한 번 문자를 보냈다. 업라인(상위판매원)에게 현재 위치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A회사에서는 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준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김모(22·대학3)씨는 "인터넷 쇼핑몰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일은 안 시키고 왠 브리핑이냐"고 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소개자와 함께 가고 문자를 보낼 때도 누구에게 보내는지 보고해야 했다.
"토익공부 하고 학점 4.3 맞아도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취업해봤자 여기서 5000만~6000만원 만지는 거랑 스케일이 다르죠." 강사인 차모(23)씨는 성실하게 취업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을 비하했다. 차씨는 또 "A회사에서는 각자가 주체적인 프리랜서로서 활동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다른 판매원들에게 들어보니, 업라인과 다운라인의 관계는 종속적이었다. 박모(21)씨는 "업라인이 갱지로 머리를 때리기도 하고 '미친X'라고 욕도 한다"며 "이게 주체적인 프리랜서냐"고 했다.
오후 7시 강의가 끝난 후, 근처 술집에서 소개자와 '뒤풀이'를 했다. 뒤풀이에서도 소개자는 '다단계예찬론'을 펼쳤다. 기자는 소개자를 기자의 집에 데려와 함께 자야 했다. 업라인이 '안티다단계'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부모님께 이를까봐 신참과 '동침할 것'을 소개자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유리감옥이 따로 없었다.
첫째날에는 '다단계'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테면 "네트워크비즈니스는 인적 인프라를 통해 광고효과를 누린다"고 설명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둘째날부터는 '돈'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다단계'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강사인 엄모씨는 "건대 앞에 떡볶이 집 하나를 내도 2억150만원이 필요한데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단 35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350만원의 물건을 사면 최하위 판매원인 블루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A회사에서는 블루는 100만원대, 레드는 200만원대, 실버는 300만원대, 골드마스터 이상은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했다.
첫째날 6시간, 둘째날 12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사람들의 반응이 반으로 갈렸다. 백모(22·대학3)씨는 "친구가 나를 속여서 데려왔다. 수능시험 보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친구를 죽여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모(22·대학3)씨는 "프리랜서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다단계로 돈을 모아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셋째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꾸거나 학자금을 대출받는 식으로 35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하며 '블루'가 됐다. '세뇌'의 힘이었다. 이들 중 몇 사람이나 350만원이라도 되벌수 있을지…. 기자는 안쓰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