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선수가 지난 2002년 브라질 지코클럽에서 유학할 때의 모습.

이원홍(47)씨는 두 달 전 아들을 브라질로 ‘축구유학(留學)’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하던 중학교 1학년 아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세계적인 스타들을 본 뒤 “축구로 성공해 보겠다”는 결심을 굳히자 ‘지원’을 결심한 것이다. “국내 학교축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이씨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출신들이 운영하는 유명스쿨을 아들의 유학 대상지로 꼽았다. 학비(3000여만원)와 비행기삯을 합쳐 연간 5000만원 이상 들지만 그는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가 브라질 유학파라는 데 주목했다. 최근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둘러보고 온 그는 “시설도 좋고 브라질 아이들과 잘 지내더라”며 만족해했다. 정원 100명 중 한국 학생은 28명. 브라질 학생들에 비해 교육비가 10배 정도 높지만 아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비용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이미숙(44)씨 역시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축구유학을 놓고 몇 달째 고민 중이다. 이씨는 "주변에 브라질이나 중국에 다녀온 애들이 있는데 기량이 확실히 좋아졌다고들 하더라"며 "중국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해도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은 1%도 안 되는데…"라며 걱정하고 있다.

브라질 年 5000만원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국제변호사 이태산씨는 올 여름부터 '사업분야'를 넓혔다. 이민·일반유학 알선 외에 올 여름부터 '스페인 축구유학팀'을 신설한 것. 이씨에 따르면 스페인 축구스쿨의 경우, 여름방학 단기 연수비용이 월 2500유로(약 330만원) 정도다. 하지만 브라질 등 남미가 축구에만 전념하는 데 비해 학업을 병행할 수 있고 학교나 클럽에서 뛰다 세계최고의 구단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축구 유학' 붐이 일고 있다. 일본·네덜란드를 거쳐 이적료 73억원을 받고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진출해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 선수를 비롯, 설기현(잉글랜드), 이영표(네덜란드), 차두리(독일) 등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축구의 본고장으로 진출하며 '축구 대박'을 터뜨린 것이 축구 해외유학 붐을 조성한 출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가 브라질 축구유학파로 알려지면서 축구선수 지망생과 학부모들의 축구유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축구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1990년대 말부터, 축구학교만 1000개인 브라질에 유학 간 한국학생들은 1000명이 넘는다고 주한 브라질 대사관은 추산했다.

영국·스페인 단기연수

또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축구강국으로의 단기 연수생이 늘고 있고 최근엔 학비가 싼 중국도 축구 유학지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축구 해외 유학생을 800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축구협회에 등록된 초·중·고교 선수 1만5000명 가운데 5% 가량이 유학을 떠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축구유학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축구협회 차영일 간사는 "유학생이 어떤 커리큘럼으로 배웠고 기량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측정된 바 없다"며 "유학 붐을 일으킨 박주영은 원래 천재였다"고 말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는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문제를 겪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알선업체 난립 많아

또한 "1990년대 일본에서 브라질 축구유학이 유행해 연간 1000여명이 갔는데 실패사례가 많아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유학 알선업체의 난립과 거품도 문제로 제기된다. 올 3월까지 중국축구학교 가을학기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던 한 업체는 입학을 문의하자 현지 사정으로 유학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올 초 유명 축구선수를 홍보대사로 내세웠던 독일 축구유학업체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한 축구 전문가는 "학부모들이 검증되지 않은 축구유학을 로또처럼 생각하며 자녀들을 보내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