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동산 사기사건의 국내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사건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유명 벤처업체와 민간인들이 국내 '대만통'인 경남대 강명상 교수와 대만 린펑시(林豊喜) 전 입법위원을 믿고 최소 25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가 투자금을 날린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국내 정치인은 무관, 대만은?

당초 대만 연합보 보도와는 달리 현재까지 피해자 중 국내 정계 인사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신모(56)씨 등 6명은 전부 개인업체를 운영하거나 개인 자격의 민간인들이다. 무인 민원증명 발급기업체인 지한정보통신의 이성호 사장은 "강 교수가 우리 회사의 기술과 제품을 구매토록 2000년 9월 린 전 의원의 방한을 주선했을 때 국내 정치인 여러 명이 참석했지만, 이들은 우리가 도움을 요청해 왔을 뿐"이라며 정치인 관련설을 일축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이강두 의원측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고, 이인제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허운나 전 의원은 "오래돼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이 사장은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한 법적 다툼 과정에서 강 교수의 처남인 당시 한나라당 K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K 전 의원은 "처남관계는 아니지만 알고 지내던 사이다"면서 "정치인 연루설은 그 사람들(피해자)의 농간"이라고 부인했다.

이 사건은 국내보다는 대만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들은 고소장에서 "강 교수가 수조원대의 공사를 수주케 해줄 테니 투자금 일부를 대만 정치인들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교수 사기극? 피해자들의 덮어씌우기?

피해자들과 강 교수 유족 및 대만측 인사들의 주장은 팽팽하게 엇갈린다. 이성호 사장은 "강 교수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나를 통해 투자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린 전 의원 등을 소개하고 대만을 다녀올 때마다 '천 총통의 선물'을 보내줘 믿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이 사장의 주장이다. 수십억원을 날린 유통업체 S사측도 "강 교수에게 속았다"고 말했다.

반면 강 교수의 부인은 "강 교수는 사업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다"면서 "투자자들이 다 알아보고 투자한 뒤 손해가 나자 책임을 강 교수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항변했다. 강 교수와 친분이 있는 K의원은 "이성호 사장은 지불각서를 위조한 혐의로, 피해자 S씨는 투자금 보전을 위해 강 교수를 폭행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와 남은 의혹

우선 푸여우 개발에 투자했던 6명이 주장하는 피해액만 60억원이다. 지한정보통신 이성호 사장은 "바이오벤처회사 매입에 9억원을 투자하고, 각종 건설사업 투자 명목으로 100억원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다른 벤처기업인 N사와 S사의 수십억원 규모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250억원 이상이다.

이들의 투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대만 푸여우건설의 핑칭춘(馮淸春) 전 회장은 4일 한국기자들과 만나 "한국 투자자들은 경영 실패로 손해를 입은 것이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알고 보니 회사 자체가 유령 회사이고, 정치자금으로도 제공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