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시대변화는 인터넷과 게임이다. 아이들은 채팅과 게임, 블로그 등을 통해 놀이터이자 학습공간을 경험한다. 특히 인터넷 게임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못하는 게임세계의 성취감을 배운다. 스스로 난관을 뚫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도 기른다.

인터넷 게임 중에 전투기 조종프로그램이 있는데, 실제로 조종사들과 게이머 사이에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을 가지고 승부를 벌인 적이 있다. 놀랍게도 이 게임에서의 승리는 평범한 게이머가 차지했다. '재미'를 느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한 게이머가 승리를 획득한 것이다. 인터넷상이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그렇게 반복하는 사이 다양한 것들을 저절로 배우고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운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게임하지 않는다. 재미있기 때문에 무한정 반복하는 에너지와 열정을 보인다. 부모는 다만, 아이가 게임을 통해 얻는 경험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때로 지나치게 게임에 몰두하여 자신의 생활을 몽땅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럴 때 부모가 나름대로 강구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 첫째 방법은, 아이가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가 편안한 표정으로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묻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는 옆에 붙어서 적어도 30분 이상 질문하고, 또 그 게임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봐라. 처음에는 신이 나서 설명하던 아이가, 부모가 더 재밌어 하며 게임을 붙드는 순간 점차적으로 흥미를 잃을 것이다.

둘째 방법은 게임하는 아이에게 그 경험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묻는 것이다. 주위 누가 이 게임을 얼마나 잘하고, 너는 레벨이 겨우 40인데 그 사람은 70이더라 등의 이야기로 아이의 자부심이나 재미를 죽이는 것이다.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아이에게 '나는 게임도 잘하지 못하고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아이가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흔히 ‘교과서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은 결코 좋은 뜻이 아니다. 교과서는 한 가지 질문에 하나의 답을 내놓기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게임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문제를 푸는 방법이 수없이 많을 수 있다. 아이들은 이것을 체험을 통해 직접 배운다. 부디, 아이가 게임하는 경험을 시간낭비나 단순놀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부모가 그렇게 판단하고 멋대로 재단하는 사이, 아이는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