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국출장 중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다가 송암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관을 통째로 인천시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문화재 기증 소식은 문화계, 재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참으로 많은 얘깃거리를 낳고 있다.
나 역시 그 소식을 접하고 평소 그 분이 지니고 있는 나눔의 철학을 깊이 존경하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또 후배 기업 경영인으로서 송암 이회림 명예회장의 실천하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 크게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이 회장이 실천한 '기업이윤 사회환원'의 수혜자 중 하나다. 대학 시절 2년과 대학원 2년을 이 회장이 당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대한양회에서 설립한 3·1재단의 3·1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동준 회장, 이정림 사장, 이회림 부사장 체제로 운영되었던 대한양회는 전후 복구 사업으로 인해 시멘트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크게 부를 축적한 기업 중 하나였다. 대한양회의 관리 부사장으로서 개성인 특유의 사업수완으로도 업계에서 명망 높았던 이 회장은 사내 다른 경영진의 반대도 무릅쓰고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재단 설립을 단행하고 3·1장학금과 3·1문화상을 추진했다. 그리고 재정적인 문제로 재단이 운영난을 겪을 때에도 장학사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소신으로 꾸준히 장학금과 문화상을 통한 나눔의 철학과 실천을 유지하여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이 회장은 '기업윤리'보다는 '기업이윤'이 강조되었던 그 시절부터 어느 누구보다도 앞장서 장학사업과 문화상 추진 등을 통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분이다.
그런 이 회장이 이번에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400억원 상당의 문화재와 미술관을 아낌 없이 내놓으셨다니, 또 한 번 그분의 평상심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400억원 상당, 실제로는 그 이상인 문화재의 경제적 가치도 가히 놀라운 것이지만, 이 회장에게 그 문화재들은 분명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평생 동안 해외로 유출될 뻔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사재를 털어 한 점 한 점 수집하고 손수 지켜왔던 이 회장의 각별한 애정과 손길이 담긴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IMF 당시 동양제철화학에도 재정적 위기가 닥쳤고 외국에 회사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던 순간에도 처분하지 않았던 이 회장의 문화재는 이번의 귀한 나눔을 통해 한 회사의 재정위기 극복보다 몇 갑절 더 귀한 가치를 발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목적이 아닌 사회 기여를 위해 끝까지 국보급 문화재를 지킨, 그리고 결국 마땅한 때에 사회에 돌려주어 많은 이가 공유할 수 있게 한 그분의 깊은 뜻을 나를 비롯한 많은 경영자들이 한 번쯤은 되새기며 귀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영수·넷피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