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전, 한글, 수학을 어디까지 알고 가야 하나요? 이제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자녀의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학부모들은 설렘과 함께 아직도 응석받이 같은 아이가 낯선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불안을 떨쳐 버리기가 힘이 듭니다.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공부는 잘 따라갈지, 같은 반에 말썽꾸러기 아이는 없을지,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나 않을지….

그래서 부모들은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도 열심히 가르치고, 수학도 열심히 가르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 1학년 학습 수준의 것을 다 익히고 들어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을 수년간 담임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입학 전에 한글을 얼마나 알고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별 문제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입학한 아이들이 한글을 아직 읽고 쓸 줄 몰라도 학교를 다니는 1년 동안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아이에게 지능적 또는 심리적으로 심하게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고, 수학도 잘하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입학할 당시 한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던 아이들이 '기역', '니은'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공책 몇 장씩을 넘겨가며 술술 적어 내려가는 걸 보면,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지요.

또 몇십 몇과 몇십 몇의 덧셈이나 뺄셈을 어렵지 않게 해내는 걸 보면,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그런 것들은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다 배우게 되는데, 입학 전에 미리 해 버리면, 오히려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답니다.

또한, 아직 손가락에 연필 쥘 힘도 없을 입학 전 시기에 아이에게 한글 쓰기를 무리하게 시키다 보면 연필 쥐는 자세가 바르지 않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입학 후 바로 고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현행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아이가 따라가기 힘들어 할 만큼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정작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포근하고 수용적인 분위기였던 가정환경에서 조금은 엄하고, 규율적인 학교환경에서의 적응이나 학급 내에서 또래들과의 관계형성문제라고 느껴집니다.

어떤 아이들은 구구단을 외울 수 있다고 자랑을 합니다. "그래서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입니까? 구구단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엄마 아빠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무턱대고 외운 구구단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구구단도 2학년 올라가면, 원리부터 차근차근 배우게 되니까 너무 조바심내며 아까운 에너지 낭비하지 맙시다.

그렇다면, 입학 전에 부모님들이 자녀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무리하게 글자 쓰기를 가르치는 일보다는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입니다. 책읽기를 통해서 폭넓은 어휘에 접촉하게 해 주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입니다. 책읽기는 자녀의 국어능력뿐 아니라 수학능력을 키워주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수학을 잘 못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한 가지가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낯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을 튼튼하게 길러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몸이 약한 아이들은 매사 의욕이 적고 자신감이 적습니다. 튼튼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자기 소질과 재능을 마음껏 키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합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김영복 경기 가남초등학교 교사

끝으로,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밖에 나가는 것 싫어하는 아이 등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되는 요소를 관찰해서 조금씩 연습을 통해 제거해 주고, 아이의 사소한 장점이라도 찾아 격려해 주어 자신감을 북돋아 주며, 부모님 또는 형제들의 재미있었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어 초등학교에 대한 친숙감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김영복·경기 가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