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17 면담'에서 정리한 큰 가닥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합의도 쉬웠지만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북핵문제는 비핵화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많은 현안을 장성급회담·경제협력추진위 등 하위 회담으로 넘겼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6·17 면담' 구체화를 위한 실무 협의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한 우리측이 요구했던 회담 정례화도 완전하게 이뤄내지 못했다.

①북핵 해법

남북은 "분위기가 마련되는 데 따라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키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간다"고 했다. 문안 의미대로 6자회담 복귀 날짜를 잡는 데 실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밝혔었다. 때문에 우리측은 이번에 '7월 중에는 반드시 6자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북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6자회담 복귀시기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북측은 '분위기가 마련되는 데 따라'라고 하는 일종의 전제조건을 달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 분위기를 "6자회담이 재개돼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치'는 6자회담이 다시 열린 뒤에나 검토해볼 수 있는 얘기라는 의미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와 관련, 미국과 협의할 것이 있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우리측을 이용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실질적 조치라는 것도 세부 내용이 없다.

②납북자·국군포로 생사 확인

양측은 8월 중 적십자회담을 열어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주소 확인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이는 작년 말 현재 542명으로 추산되는 국군포로와 정전 이후 납북자 486명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2002년 9월 4차 적십자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당시 합의는 지난 3년간 지켜지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은 "납북자와 국군포로는 없다"는 주장을 지금도 하고 있어 이들의 생사확인이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8월 이산가족 상봉과 별도로 화상(畵像) 상봉과 면회소 설치 등에 다시 의견 접근이 됐으나 이 또한 북측이 약속을 여러 차례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는 사안이어서 실천 여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③장성급 군사회담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남북은 작년 6월 열린 2차 장성급회담을 통해 '서해 해상에서 우발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3단계로 나눠 실시하기로 한 MDL 일대 선전 수단 철거작업은 초기 단계에서 멈춰 있다. 열린다면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 등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④대북 식량·농업 지원

정부는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부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예년 수준인 쌀 40만t 정도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남북 농업협력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7월 중순쯤 개성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는 우리측 농기구·농자재, 비료 등을 북측에 지원하는 문제가 핵심 의제다. 일각에서는 대북 쌀 지원량 등이 앞으로 남북 대화 진전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