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의 K-1 데뷔전이 펼쳐졌던 지난 3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최홍만이 일본 스모 출신 선수를 꺾는 모습을 보며 한 여성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인터넷을 통해 “최홍만 애인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던 그녀는 22살 재일교포 3세 가수 소닌(본명 성선임)으로 밝혀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라는 짧은 말로 자신의 정체성 혼란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던 그녀. 소닌은 자신의 고향인 일본 고치현에서 할머니의 고향인 경남 거창을 오가며 아직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23, 24일 이틀에 걸쳐 방영되는 MBC 한·일 수교 40주년 특집 ‘화해의 조건’(연출 배대윤·조헌모)은 소닌처럼 한국과 일본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모습을 통해 한·일 청구권협정의 모순과 과거사 청산에 대해 짚어본다.

제1편 ‘소닌이 흘린 눈물’에서는 거창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헤매는 소닌과 구리광산 막장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살아남은 정운모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정신대 할머니들을 설득해 피해사례를 세상에 알리게 했던 일본인 다카하시 마코토씨도 만나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편 ‘백장미의 기억’은 한·일 간의 발전적인 미래상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의 과거 청산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를 애써 ‘망각’하려는 일본과는 달리 ‘과거의 잘못을 그저 망각의 강에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며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려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의 잘못을 망각하고 침묵하려는 전쟁 1·2세대에 저항했던 독일의 후세대들이 주류사회로 진입하면서 과거 청산의 진정성에 대한 요구가 점층적으로 확산됐던 상황을 취재했다. 이와 함께 전쟁 피해국인 폴란드와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과 국가 대 국가차원을 넘어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점검했다.

1편 연출을 맡은 배대윤 PD는 “역사가 할퀴고 간 아픈 상처와 한·일 간 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존재가 재일교포라 생각해 그들을 통해 한·일 관계를 보게 됐다”며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한·일 청구권협정 중 재일교포 지위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