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러시아 TV 방송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본 시청자나 네티즌들은 한국 중부전선에서 발생한 사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마치 북한군이 저지른 것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이타르타스 통신을 인용한 TV 뉴스는 사실 보도와 더불어 북한군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도 북한군 자료사진을 덧붙였다.
물론 총기 사고가 자랑거리가 아닌 만큼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사항일지 모른다. 그러나 올 들어 러시아에서 보도된 한국 관련 주요 뉴스가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둔갑한 게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 2월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스킨헤드(극우 민족주의자)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했을 때 피해자는 북한 학생들로 보도됐다. 3월 정수성 육군 1군사령관의 러시아 방문 때도 북한군 대장으로 보도됐다.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통신사 보도인 데다 북한으로 표기하면서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면 모두가 당연한 사실로 이해할 도리밖에 없다.
이쯤되면 러시아 언론의 남북한 헷갈림은 중증(重症)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사실적으로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 정도니 일반인들의 인식은 남한보다 북한이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거리를 다녀도, 택시를 타도 러시아인들은 "북한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만큼 북한과의 관계에 익숙해져 있고, 언론이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러시아의 유명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남한보다 북한을 가까운 동맹국으로 여긴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는 러시아인에게 남한보다 북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에서 한국 알리기에 너무 소홀한 건 아닐까.
(정병선·모스크바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