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 특사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을 만난 사실과 이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북한이 6자회담의 복귀쪽으로 마음을 잡아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북한이 앞으로 對南 관계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는 展望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북한)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뜻이 확고하다면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과 좀더 협의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포기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온 북한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면서 6자회담 복귀 시기에 대해 “7월 중에라도…”라고 언급한 것은 눈여겨 볼만한 북한의 태도 변화 조짐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내심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해 놓고 마지막 명분 찾기와 모양 갖추기 단계에 들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각하’라는 호칭을 쓰면서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대목도 그간 미·북 간에 상대방 지도자의 호칭을 놓고 벌여온 감정적 대립을 누그러뜨려 보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장성급회담의 재개를 약속하는 등 남북관계의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이런 자세는 당장 오는 21일부터 서울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의 분위기 조성에도 적잖이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김 위원장의 이런 말과 태도가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데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말을 뒤집어버리는 데 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도 앞으로 북핵문제가 협상 국면으로 바뀌든 아니면 위기가 고조되든 간에 한국을 자신들 편에 묶어 두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담긴 북한의 변화 기미를 냉철하게 파악해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포기의 길로 들어서도록 하는 계기가 되도록 국제사회와 더불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