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에 이뤄진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 25분에 걸친 단독 면담은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우리측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핵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중요한 제안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식량지원·북관대첩비 반환 문제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을 비롯한 남측 일행은 목란관 정문에서 일일이 초대장 소지 여부를 확인받았다. 정 장관은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은 채 공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검색대를 통과했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소지품 검사까지 받았다. 북측은 권력 서열 2위인 김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정 장관은 이날 밤 목란관에서 열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주최 만찬 답사에서 "6·15 공동선언의 핵심은 평화와 통일"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평화없이는 민족의 자주도, 남북 간의 화해와 공동번영도, 나아가 평화 통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은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인 우리민족끼리 이념의 고귀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로 6·15 공동선언을 받들고 신의있게 실천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저녁 만찬과 식사 이후 심야에 김정일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 때문에 남한측 관계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김 위원장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전 덕흥벽화무덤과 강서세무덤 등 고구려 고분을, 민간 대표단은 김일성 전 주석 생가인 만경대와 만수대창작사 등을 관람했다. 특히 만경대에는 2001년 8·15 축전 당시 문제가 됐던 방명록을 아예 치워버렸다. 당시 방문단 일원인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방명록에 '만수대 정신 이어 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고 적은 것이 알려져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퇴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측은 북측에 방명록을 비치하지 말도록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날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회관에서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폐막식을 가졌다. 이로써 3박4일간의 행사는 막을 내렸고, 우리 정부·민간대표단은 17일 귀환한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