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6·15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 중인 兪弘濬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4일 밤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가 주최한 만찬에서 '6·25 전쟁을 북한의 승리로 이끈' 諜報첩보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불렀다고 한다. 兪유 청장은 1990년대 말 자신이 북한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북한에 갔을 때 들었던 노래라며 즉석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흥겹게 한 곡 뽑았다는 것이다.

兪유 청장은 언제 어디서 이런 북한 혁명가와 전쟁가요들을 익혔길래, 즉석에서 이 노래가 술술 흘러나올 수 있었을까. 보통의 남한 사람들 가운데 북한 노래의 한두 구절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가 부른 노래는 그런 노래가 아니다. 보통의 남한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않은 노래다. 거의 10년 전에 처음 들은 영화 주제가를 즉석에서 부를 정도라면 어지간한 공을 들이지 않고서는 안 될 일이다. 兪유 청장은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때도 금강산에서 북측 안내원들과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적기가'를 함께 불러 관광객들의 항의를 받은 이력이 있다.

兪유 청장은 이번에 이른바 통일운동을 해온 재야단체의 민간인 신분으로 평양에 간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 그것도 대한민국의 차관급 공무원으로 참가한 것이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北核북핵에 대한 대한민국의 확실한 태도가 무엇이냐가 국제적 눈길을 끌고 있는 때가 아닌가. 이 판에 대한민국의 차관급 청장님이 북한 총리 앞에서 6·25 때 북한 공작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그린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경색된 南北남북 정세를 풀어보겠다는 애교였을까. 아니면 국가의 공식 행사에서 대통령부터 운동권 노래를 합창하는 남쪽의 분위기를 北에도 전하고 싶어서였을까. 6·25전쟁 때 북한의 탱크에 小銃소총 한 자루 들고 맞서다 동작동 국립 묘지에 잠들어 있는 순국 英靈영령들은 兪유 청장의 모습을 보면 무슨 한탄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