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의혹 사건의 본질은 업자 1명에 청와대가 농락당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관계도 없는 인사수석에게 500억달러짜리 S프로젝트 추진을 지시하고, 청와대는 이를 가짜 이력서를 쓴 업자 1명에게 의존했다. 그 와중에 청와대 핵심들은 이 업자의 개인 사업인 행담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채권 발행 추천서까지 써줬다. 감사원 감사에서 이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그러나 16일 “청와대의 행위는 범죄는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3인의 행담도 지원 모를수 있나
감사원 “알았다는 정황 전혀 없다”
36쪽에 이르는 감사원의 감사 발표문에 노무현 대통령 관련 내용은 2쪽에만 나온다. 모두 S프로젝트 관련이고 행담도 의혹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감사원은 노 대통령이 정찬용 인사수석에게 S프로젝트(서남해안개발)를 지시한 것과 관련 "관심을 가져달라는 대통령의 말이 업무상 명시적인 지시는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정 전 수석은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감사원 발표문에 노 대통령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지난해 7월 정 수석이 문정인 동북아위원장에게 "서남해안개발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했다는 부분뿐이다.
정찬용·문정인·정태인 등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 3명이 S프로젝트의 선도사업이라며 김재복 사장의 행담도 개발을 발벗고 지원했다. 이 사실을 노 대통령이 모를 수가 있었을까.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날 감사원도 청와대와 똑같은 말을 했다. '행담도를 노 대통령은 정말 몰랐나'는 질문에 감사원은 관계자는 "S프로젝트를 개략적으로 보고받은 외에 (행담도를) 전혀 알았다는 정황이 없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정말 몰랐나'는 미스터리는 앞으로 특검이나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나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업자와 양해각서 체결, 채권 추천서도
감사원 "이미 퇴직, 책임 물을수 없어"
동북아위의 문정인 전 위원장과 정태인 전 기조실장은 지난해 7월 위원장 명의로 행담도개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각서에는 "행담도개발㈜이 서남해안개발사업의 주관사가 되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 동북아위는 적절한 재정적 보상을 주선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일개 업자에게 대단한 권한을 주는 내용이었다.
동북아위는 지난해 9월 이 회사에 정부지원의향서(LOS)도 써줬다. "행담도개발의 전반적 계획과 노하우를 S프로젝트의 시범사례로 간주하며, 정부는 행담도 개발사업의 성공적 실행을 지원할 것임"이라는 내용이었다. 추천서 형식인데, 김 사장이 채권을 발행하는 데 사용했다.
감사원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밝히면서도, "퇴직했으므로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추천서 내용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 감사원은 "과장됐지만 허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의 경우는 올 2월 도공 직원을 불러 행담도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질책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감사원은 역시 "범죄는 안 된다"고 했다. 도공 측에서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전문가들은 "강요나 압력만으로도 직권남용죄가 된다"고 했다.
[정찬용]
인사수석이 왜 S프로젝트 했나
감사원 "포괄적 직무에 포함된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행담도개발㈜ 김재복 사장이 처음 만난 현 정부의 실세는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다. 정 전 수석의 지인인 문모 교수의 소개가 있었다. 김 사장은 청와대에 9번이나 들어갔고 정 전 수석과도 6번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후 정 전 수석은 김 사장을 동북아시대위에 소개해줬다.
김 사장의 신원을 보장하고 행담도 지원을 부탁하는 싱가포르 대사의 편지를 받은 것도 정 전 수석이다. 이 편지는 "행담도 사업이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라는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실장 주장의 근거가 됐다. 정 전 수석은 동북아위가 김재복 사장과 서남해안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전날 문 전 위원장 등과 만나 관철을 주문했다. 정 전수석이 S프로젝트 추진에 상당한 역할을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올 3월에는 도공과 김 사장 간 분쟁의 중재도 시도했다.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을 도공이 막자 김 사장 측이 중재를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은 '인사수석이 S프로젝트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정무직이어서 포괄적 직무에 해당된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정 전 수석의 분쟁 중재는 퇴임 후 일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금품수수·향응 증거가 없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