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에서 문제가 된 김 전 회장 로비 행태의 특징은 사업 승부처마다 정치권의 핵심을 상대로 '거액 베팅'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공격적 경영스타일과 꼭 닮았다는 평이다.
전형적 사례가 '노태우(盧泰愚) 비자금' 사건이다. 1995년 검찰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로 밝혀진 김 전 회장의 정치자금 제공액수는 총 240억원. 이 중 뇌물로 인정된 금액은 150억원이다. 당시 재계 서열 4위였던 대우그룹은 뇌물 액수면에서 삼성·현대·LG 등을 제쳤다.
로비를 사업 승부수로 삼는 김 전 회장의 스타일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제기된 각종 의혹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2년 제기된 이른바 최규선 '녹취록' 의혹이 그런 경우다. 김대중 정부 시절 빚어진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인 최씨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집권 직후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대우가) 큰 힘을 발휘했다"며 자신에게 대우에 대한 특별배려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2001년에는 박정훈 전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재옥씨의 주장으로 '돈냄새' 파문이 일었다. 이 의혹은 1988년 김 전 회장이 세 번에 걸쳐 돈 냄새가 진동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을 김재옥씨의 집에 갖다 놓았고 그 돈을 한밤중에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찾아갔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14일 "당시 8억~9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퇴출 상황에서도 로비로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바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3억원),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1억원) 등 인천지역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불법정치자금 제공 정도다. 하지만 그의 로비 스타일로 볼 때 퇴출 직전에 놓인 김 전 회장이 벌인 로비 규모는 더 컸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