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는 직장인과 주부들을 겨냥한 ‘점심시간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콘서트장과 미술관은 물론, 헬스클럽과 피부관리실까지 다양한 ‘런치코스’와 함께 낮시간대 문화공연과 운동프로그램으로 ‘점심시간족(族)’을 공략하고 있다.
◆낮에 즐기는 문화공연
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음악당엔 커피와 빵을 들고 '브런치 콘서트' 시작을 기다리는 여성관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의 문화상품'으로 선정된 '브런치 콘서트'는 매회 25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매진 행렬을 잇고 있다. 임신 5개월의 김성숙(32·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씨는 "아침 저녁으로 살림살이에 바빠 클래식 공연은 꿈도 못 꿨는데, 낮에 공연을 보러 오니 문화갈증이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체관객 중 90%가 낮시간이 상대적으로 한가한 30~40대 주부들이다. 입장료에 7000원을 더 내면 쿠키·빵·커피로 마련된 브런치도 먹을 수 있어 공연관람과 점심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립스틱 드라마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미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디저트 콘서트'를 낮 12시30분에 개최해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이번엔 주부들을 대상으로 오전 11시에 연극·음악 공연을 하고 해설도 들려준다. 역시 빵·커피의 브런치가 제공돼 회당 1000여명의 주부관객들이 몰린다.
서울 광화문 정동극장 '정오의 예술무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점심공연'의 터줏대감이다. 9월부터 야외무대에서 30분 미니콘서트를 재개, 인근 직장인들에게 재즈·뉴에이지·클래식·국악을 무료로 들려줄 예정이다.
광화문 덕수궁미술관에선 '웰빙 샌드위치가 있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월 둘째·넷째 주 관객들이 함께 샌드위치를 먹은 후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피카소·백남준 등 20세기 작가 작품을 관람한다. 회당 평균 20여명의 직장인이 참여해 미술관에서 점심과 미술을 즐긴다. "점심 때 미술작품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소화도 잘 되고 오후 일도 더 즐거워요." 광화문의 금융회사에 다닌다는 정미소(33)씨가 이름처럼 환히 웃었다.
◆헬스클럽서 간단한 식사후 운동
점심시간을 건강에 투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남구 역삼동 무역회사 비서로 근무하는 김지연(32)씨는 아침·저녁 시간엔 외국어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 "운동할 시간을 내기 위해 점심 때 헬스클럽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운동해요. 20분간 피부 마사지 받을 때도 있고요." 김씨 같은 직장인들을 잡기 위해 '웰바디' 등의 피트니스 센터들은 최근 30분 운동프로그램에 식사대용식·피부관리 코스까지 묶은 점심시간대 상품을 내놓았다.
강남구 역삼동 '제이스 요가'와 요가전문학원 '요가라이프'도 '30분 점심요가' 클래스를 따로 준비해 놓은 경우다. 요가와 필라테스(근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매트 운동)로 몸매를 다듬으려는 직장인들이 20~30명씩 찾아온다. 요가라이프 대표 김한씨는 "점심수업은 짧은 시간을 쪼개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만큼 명상보다는 강한 스트레칭 위주로 진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