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신라호텔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 학술회의'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 대표들은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6·15 정신을 받들어 열심히…"(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남북문제와 국가발전에 더 많이 기여해달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대통령의 뜻과 정치철학을 배웠으니…"(민주당 한화갑 대표)라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은 햇볕정책과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했다.
요즘 정치권에선 DJ에 대한 '구애(求愛) 경쟁'이 한창이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때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결국 '호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호남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두 당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나, 최근 여당 소속 호남 의원들이 탈당까지 언급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최근 정치권의 화제의 중심 인물로 떠오른 고건 전 총리 모두 지역적으론 호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DJ의 마음을 얻는 쪽이 결국 호남을 얻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다. 김 전 대통령이 아직도 호남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측은 "이미 현실 정치를 떠났으니…"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의 개별적 면담 요청은 사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고비고비마다 '뼈있는 말'을 해왔다. 작년 말에는 여야가 국가보안법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자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발짝만 앞서가야 한다"고 했고, 올해 초엔 '개혁과 민생의 동반 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서 극도로 언급을 삼간다고 한다. 지난 2월 전당대회 후 찾아온 민주당 지도부에게 "가슴 아프다"라고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는 평가다. 열린우리당 쪽에선 "결국 DJ는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