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야산. 철조망 사이에 걸린 붉은색 '지뢰' 경고판이 섬뜩하다. 간간이 "안전 제일"을 외치는 병사의 목소리가 적막을 깰 뿐. 장병들 눈은 땅바닥을 샅샅이 훑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에 산마저 숨을 죽인 듯하다.
백학저수지가 굽어보이는 이곳은 육군 1군단이 4월 말부터 '지뢰와의 전쟁'을 벌이는 현장이다. 육군은 경기 북부 민통선 이남의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잇따르는 주민 피해를 없애기 위해 지뢰제거작전을 펴고 있다. 2009년까지 계속된다. 민가에 인접해 사고 위험이 높은 연천군 아미리와 백학면 노곡·두일리가 올해 작전 지역.
20㎏이 넘는 보호장구를 착용한 장병들.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폭발사고에 대비해 방탄조끼와 낭심보호대, 발목 보호용 덧신과 투명 고글 착용은 기본. 휴식 시간 동안 헬멧을 벗어든 병사들의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지뢰뿐 아니라 더위도 가장 큰 복병이다.
지뢰 제거작업은 5t트럭에 실린 공기압 장치를 이용, 지표면의 낙엽·나뭇가지, 흙을 쓸어내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강력한 바람이 장애물을 날려버리자 장교 1명과 병사 4명으로 이뤄진 탐지조가 지표면과 땅속에 숨어 있는 지뢰를 탐지했다. 금속 물질이 감지됐는지 PRS-17K 지뢰탐지기에 연결된 헤드폰에서 '위잉~ 위이이잉' 신호가 들렸다.
"지뢰 발견", "지뢰 발견."
한 병사의 복창에 탐지조장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는 금속물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하얀 석회석 가루를 뿌렸다. 30~40여분이 지나자 하얗게 표시된 지점이 20여곳 정도 됐다. 탐지조가 뒤로 빠지고 지뢰를 제거하는 굴토조가 투입됐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흙을 털어내자 금속성 물질이 나타났다.
공병부대 권병국(27) 대위는 "금속 조각이나 탄피가 대부분이지만 언제 어떤 형태의 지뢰가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9~15㎏의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하는 '발목 지뢰', 즉 M14 대인지뢰는 골칫덩이. 플라스틱 재질로 작고 가벼워 홍수 때 유실된 것이 매설 지점에서 수십㎞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아미리 현장에서 발견된 지뢰는 M7A2 대전차지뢰 12발, M2A4 대인지뢰 3발, M14 대인지뢰 6발 등 21발. 모두 1군단 예하 폭발물처리반으로 보내져 안전하게 처리됐다. 포탄이나 실탄·탄피가 450여점 발견됐다.
병사들은 파낸 흙을 다시 한 번 일일이 쏟아붓고 털어냈다. 권 대위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지뢰를 찾아내는 과정으로 2~3회 반복한다"고 했다. 마무리는 영국제 지뢰제거장비인 MK4가 했다. 시동을 걸고 쇠사슬을 회전시키자 굉음을 내며 땅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뢰제거작전은 인내심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꼬박 작업해도 전진속도는 너비 50m 구간에 2m 정도. 박영준(43) 중령은 "지뢰제거작업은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작업을 마치면 최종적으로 지뢰안전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 또 확인한다"고 했다.
이재원(42) 아미리 이장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지뢰의 공포에서 깨끗이 해방되도록 작전을 완벽히 마무리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