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영구임대아파트로 지어진 경기도 안산 고잔 1단지는 여느 임대아파트와 다르다. 이곳 입주민들은 모두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다.
평균 연령은 74.5세. 일제 전후 사할린으로 끌려간 동포 1~3세들 중 '고향에 뼈를 묻겠다'며 국적 회복을 신청한 '어르신'들의 마지막 안식처다. 현재 마을 주민수는 489세대 849명.
'고향마을'로 명명된 이 아파트는 일본 적십자사에서 건립비용을 대고, 대한주택공사에서 지었다. 현재 주공 산하 주택관리공단 소속 직원 6명이 주민들의 생활을 돌보고 있다.
처음부터 거주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지어진 만큼 단지 곳곳에는 동포들을 위한 배려가 보인다. 휠체어를 위한 폭 넒은 복도, 곳곳으로 이어진 손잡이… 우리말이 서툰 동포들을 위해 모든 공지사항은 러시아어로 함께 표기돼 있다. 면적도 영구임대아파트로는 이례적인 20평. "사할린에서는 생각도 못할 좋은 시설"이라며 만족스러워한다.
한달 동안 고향마을에서 세상을 떠나는 거주민은 평균 2명. 정부 지원 비용으로 유족을 부르고, 장례를 치른 뒤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 모신다. 이렇게 조국에서 영원히 잠든 고향마을 주민은 지금까지 120명에 이른다.
"고향땅에 뼈를 묻고 싶어서" 온 이들이지만 사할린에 두고 온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75년 남편과 사별한 뒤 사할린에서 식당 종업원을 하다 이곳에 와 혼자 살고 있는 신계자(67·경남 창원 출신)할머니는 "내가 떠난 뒤 아들딸들이 한국에 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남매를 사할린에 두고 온 박우천(80)할아버지와 김옥희(74)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녀·손주들과 안부를 주고 받지만, 순번대로 가게 되는 사할린 방문과 자녀들의 서울 방문을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 고향마을 외에는 고령층 사할린 동포들을 위한 특별한 거주 시설이 없다. 따라서 사할린 동포들은 동료들이 '먼저 떠난 뒤' 빈 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상춘 단지 관리소장은 "전국 각 도에 하나씩 지어 더 많은 어르신들을 모셔야 한다"며 "급한대로 일부 단지의 평수를 줄이고 가구수를 늘이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사할린에서 귀국을 고대하는 고령 동포들은 현재 아파트 주민수의 네 배 가까운 30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