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5년 전 18세의 나이로 전통무예 택견의 국내 최우수선수가 됐던 청년이 2년간의 군복무 공백기를 보낸 뒤 돌아와 또다시 한국 택견 최고수에 올랐다. '발차기의 신사' 김현준(23·경북과학대학 사회체육학과 1)이다.

지난 28일 성남 여성문화회관 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KBS스카이 택견 최고수전 준결승전. 김현준은 '가로지르기'로 2004등용문전 우승자 김영진의 얼굴을 명중시켰다.

하지만 '한판'에 해당하는 발차기를 당했는 데도 김영진은 쓰러지거나 비틀거리지 않았다. 김현준은 '상대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한다'는 택견의 원칙을 지켜 철저히 밀어 차기 때문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저런 발차기의 경우 상대의 발은 따뜻하게 다가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현준의 발차기는 가볍고 부드럽다. 맞는 순간 상대는 묵직한 느낌을 느끼지만 고통스럽지는 않다. 김현준은 이 대회 결승에서 동작구 택견 전수관장 문영철을 누르고 우승했다.
김현준은 태권도를 하다 택견으로 옮겼다. 태권도 3단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형의 손에 이끌려 택견 진주본부 전수관에서 택견에 입문했다.

고교 3학년 말 택견 단체 '치우패' 상임 단원이 되면서 본격 훈련을 시작한 김현준이 정상에 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교 3학년 때인 지난 2000년 최우수선수 선발전에서 우승했고, 2001년에도 치우기 대회 및 최우수선수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택견 고수가 됐다.

2003년 3월 군에 입대하면서 공백기를 맞았지만 올 3월 제대 후 KBS스카이 택견 최고수전에서 우승하면서 '최고수'임을 다시 입증한 것이다.

김현준은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발차기 1000번을 거르지 않는다. 그런 노력으로 택견 지도자 3급 자격증을 땄고 프랑스·영국·미국 등에서 3차례 해외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택견은 상대의 몸을 차서 뒤로 멀리 물러나게 하거나 얼굴을 차거나 혹은 상대를 넘어뜨리면 이기는 경기다. 김현준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몸집(1m76·76㎏)에도 불구하고 하체의 균형이 좋고 다리와 발기술이 고루 좋아 대적하는 선수들에게 '어려운 상대'로 꼽힌다. 다리가 짧은 편인 그는 오른발로 왼쪽 따귀를 때리듯이 가격하는 '밭발따귀'를 주특기로 하고 있다.

김현준은 "택견은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인 동시에 놀이이고 겨루기인 동시에 무용"이라며 "이 색다른 맛을 아는 팬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