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아일랜드, 터키, 멕시코, 페루. 이 여덟 나라의 주한 대사들은 한 달에 한두 차례 정기 모임을 갖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 대사와 북한 대사직을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최근 북한 방문은 어땠냐"는 것이다.
이들 7개국 대사들은 북한과 수교는 했지만 평양에 대사관을 세울 만큼은 관계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서 평양일을 본다. 한국에서 근무한 지 3년이 넘은 데이비드 테일러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지금까지 평양을 4~5차례 방문했다.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건설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들 대사들은 평양에서 중요행사가 열리면 베이징(北京)을 거쳐 평양으로 날아간다.
이들 7개국 대사들의 관저를 방문한 사람들은 북한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 관저에는 북한 방문 때 선물 받은 장식품과 그림이 걸려 있다. 대부분 꽃과 산을 그린 동양화지만 한눈에도 북한식 화법이 드러난다. 또 서재에는 북한관련 최신 서적들이 꽂혀 있다.
터키의 경우 지난해에 현직 북한외교관 2명이 마약 밀거래 혐의로 체포된 일로 최근까지 관계가 불편했다. 멕시코도 지난 98년 같은 건으로 주멕시코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일이 있다. 멕시코의 경우, 최근까지 북한이 주북한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3년까지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북한과의 수교를 미뤄왔고, 유엔인권위원회 대북인권결의안도 주도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일랜드가 가난한 농업국에서 순식간에 IT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고 호의를 보내고 있다. 우리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부족한 재원에도 불구하고 IT와 소프트웨어 인재육성에 전념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모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북핵 위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대사관의 관계자는 "북핵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7개국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평화적 해결' 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