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성·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에 부산에서 처음 나타났다. 지금은 경남·전남·경북·제주 등지로 퍼져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전국의 소나무는 절멸을 면키 어렵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 이내의 작은 선충이 나무 내부에서 급속히 번식하여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무서운 병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을 퍼뜨리는 것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이다. 솔수염하늘소가 없으면 소나무재선충은 말이 없는 기병대와 비슷한 처지가 된다. 지금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방제는 주로 훈증 방법을 써왔다. 피해 나무를 비닐로 씌운 후 맹독성의 농약을 뿌려서 피해목에 서식하는 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를 없애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훈증방제를 해도 좀체 피해근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재선충이 작은 가지 속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가지들도 모두 소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숲은 제대로 가꾸지를 않아 나무 밑동 쪽에 식생이 촘촘하기 때문에 벌채과정에서 재선충이 서식 중인 모든 가지를 발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훈증방제의 또 다른 문제는 피해목을 숲속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피해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느닷없이 소나무재선충병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솔수염하늘소는 제 힘으로는 300m 이상을 날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재선충 피해가 멀리 퍼지는 것은 사람이 피해목을 인위적으로 옮겼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최근 '소나무재선병 특별법'의 제정으로 피해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었지만 피해목 유출을 강제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목을 남기지 않는 방제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확실한 피해 방제를 위해서는 피해지역 내 소나무를 개벌(皆伐·모두 베기)해야 한다. 피해구역 내의 피해목뿐 아니라 성한 소나무까지 미리 없애야 하는 것이다. 돼지콜레라나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피해 지역 일정 반경 내의 모든 가축을 도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개벌은 산 사태의 위험이 없는 10~3월 사이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개벌의 범위는 몇 그루의 피해목들이 소규모로 나타날 때는 피해주변 50m까지 개벌을 하고, 피해가 확산되어 대규모화하면 외곽 100m까지 개벌하여야 한다. 개벌한 피해 지역에는 소나무가 아닌 나무를 심거나, 관목층의 참나무류의 생장을 유도함으로써 참나무 숲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사람으로 따지면 암과 비슷한 병이다. 일부 지역에서만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초기암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 암 환자에게는 암 발생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지금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방제법은 암 세포(감염목)를 소독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종의 항암 치료법이다.

지금보다 피해가 더욱 늘어나 피해지 증가속도가 제거속도보다 빨라지면 개벌 방제로도 피해근절은 어려워진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영동 지역의 울창한 소나무숲으로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이 번진다면 상황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권태성·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