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최근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현행 정치제도의 개정에 관한 몇 가지 최종보고서를 마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정수 299명은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99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지역구 의원 243명, 비례대표 의원 56명이다. 지역구 의석수가 줄게 되면 국회의원 선거구의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또 선거구간 인구편차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 인구편차의 기준에 관한 보도는 없었다.

최근 국내외의 추세는 인구편차를 줄여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2001년 3대1의 비율을 선거구간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으로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헌재의 결정은 설득력있는 헌법상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계의 견해는 갈리고 있다.

표의 등가성에 관한 헌법상의 근거는 이른바 '1인 1표의 원칙'과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평등선거의 원칙이다. 이에 따르면 인구편차는 당연히 2대1 미만이어야 한다. 2대1 이상의 인구편차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미 평등선거의 원칙이 침해된 것이고, 선거인의 평등선거권도 침해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산술적으로 '1인 1표의 원칙'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최대선거구와 최소선거구 간의 인구편차가 2대1 이상 벌어지는 경우에는 최소선거구 선거인의 표가 최대선거구 선거인의 표와 비교하여 2배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는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1인 1표의 원칙'도 침해된 것이 된다.

따라서 위헌 여부를 가늠하는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은 2대1 미만이 되어야 하며, 인구 이외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할 입법자의 입법 형성의 자유는 이러한 2대1 미만의 범위 내에서 기능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행 선거법 제25조 제1항이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地勢)·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이를 획정하되…"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구편차의 한도 내에서 입법자가 다양한 사안을 고려하여 선거구를 획정하라는 것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와 그 한계를 정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연방선거법은 원칙적으로 선거구간 상하 인구편차 15%(약 1.35대1)를 허용한도로 하되, 상하 편차 25%(약 1.67대1)를 초과할 경우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지도록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인구편차의 기준은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반드시 선거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선거구간 인구편차에 관한 사항은 통치구조의 조직과 작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이자 동시에 선거인의 선거권 등의 기본권에 관한 본질적 사항이기 때문에 법치주의 원리상 반드시 법률로 규정되어야 하며, 이럴 때에만 비로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입법자의 자의와 남용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주·성신여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