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보다 크고 말보다 빠른 사자를 본 적 있니?… 내가 사자를 본 건 마을에서 도망쳐 나와 달아나고 있을 때였어. 갑자기 군인들이 우리 마을로 들어와 총으로 사람들을 쏘아댔거든. 난 엄마도 아빠도 찾지 못한 채 그냥 달려야 했어. 무서운 총소리를 피해 달아난 우리를 사람들은 난민이라고 부르더라…."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그림,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며 아프리카의 여러 난민촌에 머물렀던 저자는, 특히 어린이들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엮었다.

수단에서 온 촐, 소말리아 아이 슈크리, 에티오피아 소년 네비유 등 난민촌에서 사는 어린이들이 짧지만 그보다 더 극적일 수 없었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걷다가 죽어가는 친구들을 남겨둔 채 전쟁이 없는 곳으로 계속 걸어가야만 했던 아이들. 엄마 아빠가 왜 죽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집을 떠나 낯선 땅, 야생동물이 들끓고 불볕이 내리쬐는 황야로 쫓겨나야 했던 아이들.

그러나 저자는 단지 슬픈 이야기만을 들려주진 않는다. 난민촌의 어린이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처럼 동화책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더불어 꿈이 있고, 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직접 그린 천진난만한 그림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들려주는 제 나라의 우화들도 재미있다. 피부색과 언어는 달라도 참과 거짓,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은 모두 같다는 깨달음이 새삼스럽다.

기술자가 되어 수단을 멋진 나라로 만들겠다는 촐. 의사가 되어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네비유. 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손을 잡아달라고 저자는 간절히 호소한다.

에티오피아 소년 리반 아흐메드 하비브(10)가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