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학생으로 일본에 와 있는 캐런(새러 미셸 겔러)은 연락도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일본인 친구 요키를 대신해 노파 엠마의 집에 자원 봉사를 간다. 엠마는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고, 인기척을 따라 2층 다락방으로 향한 캐런은 이상한 꼬마와 마주친다.

스토리가 왠지 낯이 익다고? 26일 개봉하는 '그루지'는 2003년 국내 개봉한 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작이다.

연출도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맡아 스토리 전개나 세트 구조, 카메라 앵글까지도 원작과 거의 유사하다. 심지어 꼬마 귀신 토시오 역까지도 '주온'의 꼬마가 다시 연기했다. 일본인들이 줄줄이 죽어나갔던 그 저주받은 집에 이번엔 미국사람들이 들어갔을 뿐이다. 단지 '결과' 위주로 보여준 '주온'에 비해 그루지에는 '원인' 설명이 좀 더 추가됐다는 게 차이점. 미국에선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제작비의 10여배에 달하는 수익을 뽑아냈다.

밖이 보이는 엘리베이터와 얼룩진 천장, 이불 속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공포심을 이끌어낸 감각은 확실히 일본식 호러의 강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집'에만 들어가면 무차별적으로 저주를 받는다는 설정은 '링'처럼 매개체(비디오)를 통해 전파되는 저주에 비해선 리듬감이 떨어진다. 공포감 조장을 위해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일부 장면들도 몰입을 방해한다.

국내 개봉판엔 제작자인 샘 레이미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넣을 수 없다"며 미국판에서 삭제한 일부 장면도 포함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격인 '계단신'이 너무 소름끼친다면 '그어억' 하는 귀신의 괴성이 감독이 낸 소리라는 사실을 상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