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최근 일본을 방문한 우리나라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北核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정보를 共有공유하는데, 미국이 한국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얻어내는 북핵 관련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는 것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아치 사무차관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단결이 핵심이고 제일 중요한데, 최근 한국이 한·미 同盟동맹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오른편에 있고, 중국과 북한은 왼편에 있는데 한국은 지금 중국과 북한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주한 일본 공사를 불러 "한·미 관계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 입장에서 "한국을 믿을 수 없어 북핵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 때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한·미간 정보 공유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고,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한·미간 관련 정보 공유는 100%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었다.
우선 따져 봐야 할 것은 아치 사무차관의 말이 사실과 다른 妄言망언인지, 아니면 사실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지 여부다. 한국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不信感불신감을 갖고 있는 미국 정보당국이 한국과의 정보 교류를 꺼리고 있다는 말은 정권 초기부터 나온 얘기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이달 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 담당부서가 작전계획 5029가 한국 언론에 유출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얘기가 NSC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미·일 양국이 한국을 믿지 못해 정보 공유를 꺼릴 정도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同盟동맹의 균열이 바로 발밑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아치 사무차관의 말에 대해 그 진위 여부를 짚어볼 생각은 않고 "왜 그런 말을 했느냐" 식으로 따지고 화를 내는 것은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한·미·일 관계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이 정부가 설정한 국정 방향에 있는 만큼 당장 원인 치료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북핵 문제가 임박한 시점에서 우리가 북핵 관련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한국을 믿을 수 없다", "한국에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긴급 처방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북핵문제를 풀겠다면 좋으나 싫으나 미·일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미·일과의 협력 체제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미·일 협력체제에 중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상대 국가도 알고, 국민들도 다 아는 일인데 이 정권 사람들만 "문제 없다. 잘 관리되고 있다"고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 정부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중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나라가 중대 국면에 처한 시점에 한마디 直言직언도 하지 못할 바에야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인가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