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지난해 성적은 100경기에서 타율 0.240, 14홈런 50타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초라했다. 하지만 올해는 34경기에서 타율 0.325, 10홈런 23타점. 화려한 변신이다.
롯데 코치로 이승엽의 부활을 옆에서 돕고 있는 전 LG 감독 김성근씨는 "국내 시절 보여줬던 이상적인 스윙이 나오고 있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고 정신적으로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일본 투수들의 공에 당황하면서, 파워보다는 타이밍을 생명으로 하는 자기 스윙을 잃어버렸다. 급하다 보니 상체가 먼저 앞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본인 스스로도 "일본 투수가 내 약점만 공략한다고 생각해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이승엽은 다르다. "내가 노리는 공만 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4월 말 잠깐 찾아온 슬럼프 때도 서두르지 않고 자기 스윙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이처럼 이승엽이 자신감을 되찾은 것에는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승엽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뒤 외부와의 연락을 끊으며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올 시즌 기간 중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양의 스윙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그의 야간 특별 타격훈련을 부활의 비결 중 하나라고 소개할 정도다. 최근 안쪽과 바깥쪽, 직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는 이승엽의 타격에 일본 투수들이 더 당황하는 기색.
김성근씨는 "요새 이승엽은 상대투수들의 투구습관을 읽지 않고도 잘 때리는데 그만큼 일본 투수들에 대한 적응이 끝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좌완 투수를 상대한 타율(0.217)이 우완 상대 타율(0.351)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