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항생제는 인류를 질병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낸 양대(兩大) 의학·과학 업적이다. 백신은 18세기 말 천연두를 퇴치한 종두법에서 출발해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소아마비 등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확대됐다. 18세기 유럽에서 천연두로 죽은 사람만 6000만명에 이르렀다니 지금까지 백신이 구한 인명은 셈을 초월한다. 1928년 페니실린 발견 이래 항생제는 폐렴, 수막염 등 숱한 염증들로부터 목숨을 구해냈다. ▶19세기에 백신을 체계화하고 항생제의 발판을 놓은 사람이 파스퇴르다. 그는 제너가 천연두 균을 소에서 뽑아낸 것을 기려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차(vacca)'에서 '백신(vaccin)'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예방접종법도 'vaccination'이라 명명했다. 파스퇴르는 세균에 의해 질병이 생겨난다는 것도 처음 밝혀냈다. 이 세균발생설을 근거로 과학자들은 세균을 죽이는 항생약품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환자 체세포로부터 복제배아를 만들어 치료용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의 업적에 세계의 격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신과 항생제 발견보다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의 찬사가 눈에 띈다. 황 교수 연구에 동참한 그는 "영국의 산업혁명에 비견될 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황 교수의 업적이 환자 치료에 실용화된다면 그 파급효과와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당뇨 치료제로 쓰는 인슐린의 발견과 분리·정제·대량생산은 20세기 의학의 일대 개가다. 그러나 황 교수 기술을 활용할 경우 줄기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세포를 분화시켜 췌장에 이식하면 환자 스스로 정상적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그것으로 당뇨병은 끝이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백혈병,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 척수마비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질병 하나의 치료법이 개발되면 상업적 가치가 1000억달러라는 세상이다. 섀튼 교수의 찬사가 지나치지 않다.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1886년부터 파스퇴르연구소 설립 모금운동을 벌여 1888년 연구소를 준공했다. 위대한 과학자의 이름과 나라의 자부심을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하려는 뜻이었다. 파스퇴르가 초대 소장에 취임한 이래 파스퇴르연구소는 세계적인 의학연구 중심지로 명성과 업적을 쌓아왔다. 우리도 '황우석연구소'를 가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황우석연구소'에 세계 인재들이 다투어 몰려오는 것도 꿈일 수 없다.
(한삼희 논설위원 hs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