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진명여고 건물 중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다. 150평(교실 7칸) 규모의 바닥에는 베이지색 타일이 깔려 있고, 고급스런 책상과 의자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도록 '유혹'한다. 3만여권의 풍부한 소장도서 또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집보다 시설이 좋은 도서관'을 내걸고 지난 2001년 문을 연 진명여고 도서관은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도서관을 새로 꾸미는 학교마다 견학을 올 정도로 외부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진명여고가 도서관을 이렇게 가꾼 이유는 이 학교의 오랜 '독서 전통'과 관련이 깊다. 이 학교 학생들은 신입생 때부터 일정분량 이상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교육을 강화한 '2008학년 대입제도' 발표 훨씬 이전부터 이어온 교육이다.
우선 올해 입학한 1학년들이 읽어야 하는 읽기 과제는 16권. 분기별로 도요새(하종오) 백범일지(김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토막(유치진) 등의 책을 읽는다. 2학년은 연간 20권을 읽어야 한다.
이 학교 필독도서는 형식적인 도서목록이 아니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제출하는 '독서일기'는 반드시 연필이나 펜으로 작성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독후감을 다운받아 짜깁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독서일기'는 단순한 책의 줄거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과 결부시켜 작성하도록 했다. 남의 글을 모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국어담당 교사는 "그럼에도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것 같은 낌새가 있는 글은 바로 0점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성된 '독서일기' 성적은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또 필독도서 내용 중 일부를 국어교과 시험문제로 출제한다.
이러한 독서교육을 받은 이 학교 학생들은 연평균 20~30여권의 책을 읽는다. 학교 도서관이 늘 만원인 것은 이런 독서교육 때문이기도 하다. 이 밖에 진명여고는 매년 가을 '독후감 쓰기대회' '모범독서학생상' 시상식을 연다. 교내에서 가장 많이 책을 읽는 학생에게 수상하는 '다독상(多讀賞)'에는 매년 200~250권 책을 읽는 학생들이 차지한다.
3학년 강유진양은 "책읽기와 독서일기를 통해 글쓰기 연습을 많이 했다. 대입 논술·면접 준비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이수진양은 "책을 읽어가면서 교과서 외 배경지식을 많이 쌓았다.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진명여고 도서관의 주 이용자는 재학생들이지만, 졸업생과 학부모들도 도서관을 찾는다. 홍문자 교장은 "매년 도서구입비로 2000여만원을 쓰고, 동창들로부터도 책을 기증받고 있다"며 "10여년간 진행된 독서교육으로 '책읽는 학교'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