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 때문에 韓銀한은이 원·달러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하루 동안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발단은 박 총재가 지난 1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紙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국가 신용도를 지키는 데 충분한 外換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FT는 이 말을 한은이 더 이상 달러를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 '한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FT 보도가 나오자 즉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995원까지 떨어졌고,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000원선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한은은 직접 市場시장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한은은 1조원을 퍼부어 10억달러 정도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한은은 "박 총재가 외환보유액과 시장개입을 직접 연결시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FT에 책임을 미뤘다. 그러나 우선 중앙은행 총재가 외국 언론과 개별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중앙은행 총재의 외환보유액 발언은 환율 정책과 연관돼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가 봐도 박 총재가 신중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기자가 달러화 환율에 대해 질문하자 여러 차례 '오프 더 레코드(非비보도)'를 요청하고선 '노 코멘트(No Comment·할 말 없다)'라고 답했을 정도다.

박 총재와 박 총재가 이끄는 한은이 입 때문에 국가적 손실과 파문을 불러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은은 지난 2월에도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고 했다가 국제외환시장에서 혼란을 가져왔다. 박 총재 개인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회의 결과를 미리 發說발설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경제성장률 6%도 가능하다"고 했다가 세달 만에 "일본식 長期장기불황이 우려된다"며 말을 뒤집었다. 그때마다 시중금리와 환율이 출렁이고 기업과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한은 총재가 '입'을 열려면 사전에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라도 받게 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