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실세다. 그가 한·미 협상과 관련, 내부 조사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의 중심에 있다. 과연 무슨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 차장에 대해 조사까지 지시했는지에 대해 온갖 설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가 17일 김만수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사유는 한·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에 합의를 해주고 뒤늦게 번복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데 따른 경위 조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교부와 국방부의 협상 실무자들은 그런 의혹이 있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의를 해준 일이 없기 때문에 번복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오해라는 것이다. 정동영 NSC 상임위원장의 조사 결과도 대체로 그랬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오해를 했다는 것이고, 이번 조사가 누구의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었을까. 이 대목에서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왜 번복하느냐고 불만을 가졌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러나 외교·국방 관계자들은 한·미가 올 2월부터 협상을 시작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인데 미국이 오해를 할 것도 말 것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왜 번복하느냐”는 항의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국내 일부 진보세력이 오해했다는 관측이다. 합의를 해놓고 면피성 협상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2월쯤부터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 나왔고, 일부 인터넷 매체도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측 오해에 무게를 실어 설명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니라 학계 및 언론계에서 2~3월에 이런 방향의 주장이 계속 제기된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 제기가 국정상황실에서 시작됐고,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이 조사에 참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전략적 유연성 문제 외에 용산기지 이전 협상 등 한·미 간 굵직한 협상에 대해 진보 진영 일각에서 굴욕 협상이라는 얘기가 계속 제기되어 오다가 이번에 이 차장을 정면에서 공격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