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타페이에 있는 뉴멕시코 박물관은 인디언 관계 문화재로 유명하다. 그중 인디언 풍속화의 대가 샤프가 그린 인디언의 성인식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한 나체의 젊은이가 등살을 꿰뚫은 막대에 새끼를 걸어 통나무를 끌고 비탈길을 오르는 모습이었다. 등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지옥에서의 죄업을 연상시키는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19세기 인디언 세계를 8년 동안 돌아다녔던 캐트린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만단족의 성인식에서도 등의 근육을 뚫고 가죽끈을 꿰어 그로 통나무를 끄는 고행이 관찰되고 있다. 등살을 꿰뚫는 인디언 성인식에 눈이 끌리는 것은, 삼한(三韓)시대의 성인식의 모습을 써 남긴 '위서(魏書)'와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전(東夷傳) 기록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한에서는 청소년들이 등가죽을 뚫고 새끼를 꿰어 그에 통나무를 매어 끌며 집을 짓는다 했으니 아시아와 알래스카가 연륙됐을 고대에 한국문화가 미 대륙에 옮아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인으로서 겪게 될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을 테스트받는 것이 성인식이요 그래서 동서고금 할 것 없이 가혹하다는 것이 생명이었다. 조선조 초 안평대군(安平大君)은 백운대 정상 결단암(決斷巖)의 낭떠러지 벼랑바위 틈을 뛰어넘는 담력으로 성인이 되었다. 개성 천마산에는 벼랑 끝에 얹힌 안돌이바위를 안고 돌고 뒤돌이바위를 업고 도는 담력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견습 상인으로 고용에서 외면받고, 장가 갈 생각도 말아야 한다. 농촌에서는 들돌이라 하여 자신의 몸통만 한 바윗돌을 들어올려 일곱을 세 번 헤아릴 때까지 버티지 못하면 나이 들어도 반말을 들어야 했고, 품을 팔아도 반품밖에 받지 못한다. 맴춤이라 하여 동구 밖 정자나무에 동아줄 매어놓고 매달리게 하여 마냥 돌려댄 다음 땅에 세웠을 때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면 실격이다. 이처럼 성인식은 살아가면서 닥칠 고통이나 난관을 감내하는 역량 테스트인데 엊그제 성인식 치른 것을 보면 사모관대 씌우고 족두리 비녀 꽂아 큰절만 시키는 겉핥기로 타락하고 말았다. 지옥훈련이나 국토횡단, 역경봉사 등 심신의 감내력을 시험 치러 진학이나 입사 자격에 가산점으로 주는 것을 제도화하여 성인식의 본질을 되찾았으면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