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주식을 살 때와 팔 때를 판단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법인 '칵테일 파티론'을 제시했다. 군중(群衆) 심리를 역(逆)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즉 칵테일 파티에서 사람들이 저녁 내내 펀드매니저인 자신의 주변에 둘러서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물어볼 때는 주식을 팔 때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식에 지나치게 관심이 높을 때를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할 때도 비슷한 진단법이 하나 있다. 은행들의 군중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즉 은행들이 일제히 한군데로 몰려다닐 때는 반드시 경제에 뒤탈이 나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오랜 경험칙이다. 이를테면 은행들이 재벌에 무분별한 대출을 해준 결과 외환위기가 닥쳤고, 신용카드사들이 길거리에서 마구 신용카드를 나눠준 뒤 신용불량자 사태가 터졌다. 그런데 요즘 은행들이 다시 '양떼'처럼 몰려다니고 있다. 이번에는 주택담보대출이 문제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로 빌려준 돈은 최근 4년간 배로 늘어 172조원에 이르고, 올해도 5조원이 더 늘었다. 은행의 대출 유치 경쟁은 최근 더욱 격화되고 있다. 경쟁 은행 대출을 갚고 자기 은행으로 옮겨 오면 금리를 깎아주는 '꽈배기' 영업에, 대출을 주선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많게는 200만원까지 사례비가 지급된다.
은행들이 금리 깎아주고 돈 빌려주겠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들이 한 방향으로 나갔다가 잘못되면 은행 스스로는 물론, 고객과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시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젠가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돌면 은행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얼굴을 바꾸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할 것이고, 부동산 한파(寒波)는 더욱 매서워질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게는 재앙의 시나리오가 닥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비싸게 되팔기 어려워진다고 하자. 그래서 한 달에 수십~수백만원씩의 이자를 3~20년에 걸쳐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닥친다면, 이자를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연체자가 늘면 은행들은 담보로 잡은 아파트를 앞다퉈 경매로 내놓을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되고, 우리 경제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겠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미국에 이어 한국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때라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
물론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 2003년 말부터 은행이 주택 가격의 40~60%까지만 대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사항일 뿐이고, 규제의 사각지대인 저축은행·할부금융 등의 대출까지 활용하면 집값의 80~90%까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며칠 전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시장 과당경쟁을 자제토록 촉구했다. 이는 은행들의 '양떼 근성'이 또다시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이지훈 ·경제부 금융팀장 jh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