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난 2001년 말에 12개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를 없앴다. 입장료가 없어진 뒤 3년간 방문객이 75%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다. 프랑스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대부분은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공짜다. 박물관에 잘 오지 않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고 루브르 박물관은 금요일 저녁 야간 개장 때 26세 이하는 공짜 혜택을 준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유럽 전역의 1200개 박물관이 일제히 '박물관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야간 개장행사를 벌였다.

동·서양과 노소를 막론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따분한 곳'에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 인솔하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현장 학습을 다녀본 프랑스의 청소년들도 "요즘 애들은 혼자서는 책도 안 읽고 미술관도 안 간다"고 어른들한테 걱정듣기는 마찬가지다. 음악회장도 중·노년층 관객이 대부분이다.

달콤한 사탕이나 자극성 강한 인스턴트 식품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쉽게 입맛에 길들여지지만, 담백하고 몸에 좋은 나물의 깊은 맛을 알려면 오랜 시간과 반복적 체험이 필요하다. 고급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럽 각국은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시민들을 한 번이라도 더 박물관과 미술관에 오게 만들고, 이를 통해 평균 문화지수를 높이려는 정책을 편다. 비옥한 토양에서 나무가 잘 자라듯, 문화예술 교육은 창의력이 자라는 토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마침내 서울 용산에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연다. 그 자리에는 대규모 '어린이 박물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건무 관장은 새 박물관에 '교육 기능'을 특히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무료초대권이 생기거나 혹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좀처럼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지 않는 우리 풍토가 앞으로 얼마나 바뀔지 궁금하다.

(강경희·파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