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계에 희망을 보이는 흐름 중 하나가 고전(古典)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문학 쪽에서는 민음사가 알기 쉽게 번역한 '세계문학전집'이 120여종에 총판매 100만권을 넘겼다는 소식이 있고 을유문화사 등 과거 세계문학전집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통적인 출판사들도 새로운 번역으로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나 사상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홍익출판사는 동양고전 12종을 '슬기바다'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새롭게 펴냈습니다. 여기에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은 다 포함돼 있고 그밖에도 '몽구', '안씨가훈', '부모은중경'같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고전들이 추가됐습니다. 번역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잘 옮겼습니다.

특히 철학쪽에서 요즘 새로운 경향은 고전을 한 번 더 전문가가 곱씹어준다는 것입니다. 살림출판사의 'e시대의 절대사상'에는 '상군서', '리바이어던', '사기', '존재와 시간' 등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내용을 압축해서 정리해 놓았습니다. 색깔있는 인문학 출판사로 꼽히는 그린비도 고전을 다시 쓰겠다는 야심으로 '리라이팅 시리즈'를 시작해 이미 '열하일기',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등 지금까지 5종을 펴내 젊은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읽건 말건 일본어 중역(重譯)으로 30권에서 50권씩의 전집류 사상서들이 유행했던 적이 있지요. 물론 읽어내는 것은 전공자라도 거의 불가능했고 아파트 거실 장식용으로 딱이었지요.

하지만, 요즘 출판사들의 남다른 노력으로 번역도 좋아지고 편집도 현대적으로 변하면서 웬만한 고전은 고등학생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고전이라고 하면 케케묵은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고전을 많이 읽기 시작했거든요. 고전을 아는 신세대, 고전을 모르는 구세대? 뭔가 뒤바뀐 것 같군요.


(이한우 출판팀장 h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