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일을 끊어야 하나…."
히말라야산맥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남서쪽 17㎞ 지점 촐라체봉(6440m). 지난 1월 국내 정상급 거벽등반가 박정헌이 후배 최강식과 함께 촐라체 정상 등반에서 사고를 만나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 등반기는 생사를 넘나들었던 두 산사나이의 9일간 기록이다.
이 등정은 셰르파 없이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정상까지 바로 올라가는 1박2일의 일정으로 계획되었다. 두 사람은 사흘 만인 1월 16일 오전 11시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사고는 하산길에 일어났다. 정상에서 1100m쯤 내려간 해발 5300m지점에서 후배 최강식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입구가 눈에 가려 보이지 않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진 것이다. 밟으면 무너져 내리는 '썩은 얼음' 지대였다. 순간 박정헌은 피켈(빙벽이나 눈언덕을 오를 때 사용하는 지팡이처럼 생긴 장비)을 얼음에 박으며 제동을 걸었으나 피켈은 날아가고 몸은 여기저기 휩쓸리며 아래로 쓸려내려갔다. 최강식은 크레바스 속 25m 아래로 떨어진 상태였다.
박정헌은 끼고 있던 안경이 부서지고 갈비뼈 두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최강식 역시 두 발목이 부러졌다. "형, 살려주세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 둘을 연결하고 있던 것은 25m 자일 하나. 박정헌(70㎏)이 갈비뼈가 부러진 몸으로 자일 끝에 매달려 있는 최강식(78㎏)의 몸무게를 견디는 것은 죽음 같은 고통이었다. "자일을 끊어야 하나…." 아주 짧은 순간 지극히 인간적인 갈등이 밀려왔다. 그러나 목숨을 잃는다 해도 후배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있을까? 사투가 시작되었다.
간신히 크레바스에서 탈출한 최강식과 박정헌은 배낭을 버렸다. 빙벽을 내려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렸다. 최강식은 박정헌(시력 0.3)의 두 눈이 되고 박정헌은 최강식의 두 다리가 되었다. 모든 이들이 그들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끝내 살아 돌아왔다. 조난당한 지 5일 만이었다. 박정헌은 동상으로 양손 엄지를 제외한 8개의 손가락과 발가락 두개를 잘랐고, 최강식 역시 아홉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잘랐다.
이 생환기는 병상에서 손과 발에 붕대를 감은 박씨가 200자 원고지 1000여장의 분량으로 구술한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동료와 연결되어있던 끈(자일)을 끝내 놓지 않은 휴먼스토리이자 분투기요, 그 이상의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