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결혼식을 올리는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과 예비신랑 권기식씨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의원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어쩐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는 28일 17대 국회 최연소인 한나라당 김희정(34) 의원과 결혼하는 회사원 권기석(38)씨는 이 일을 '해냈다'.

권씨와 통화하기는 어려웠다. 전화를 2번 걸었으나 모두 "회의 중"이란 답만 돌아왔다. 김 의원에게 부탁한 끝에 3번째 통화에서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다.

권씨는 "아내될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걸 인식한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 처음 내가 국회의원의 남편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그를 찾는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했다.

독일 아헨공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권씨는 현재 LG CNS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3년 어머니 친구 소개로 김희정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만났다. 007팅(소개자 배석 없이 당사자끼리 전화로 연락해 만나는 것)이었다.

같은 해 겨울 김 의원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일단 거절당했다. 2004년 4·15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던 김 의원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여자친구가 총선에 출마하자, 서울서 회사를 다니던 그는 주말이면 그녀가 출마한 부산으로 달려갔다. 김 의원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지역구를 돌 때면 권씨도 김 의원의 지지자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로 뒤를 따랐다.

권씨는, 그러나 지역구에선 김 의원이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혹시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 사무실 근처에도 못 갔다. 탄핵 정국 때 김 의원이 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욕을 먹을 때면 가슴앓이도 했다. 김 의원은 "그 사람은 처음에 내가 당선되리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당선되자 이번엔 '시간'이 없었다. 회사원인 권씨는 주말밖에 시간이 없었고, 김 의원은 주말에는 부산 지역구에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씨는 서울로 돌아오는 김 의원을 만나기 위해 공항에 나갔다고 한다. 집까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제대로 끼니를 챙겨먹지 못하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한밤중에 신촌에서 콩나물 국밥을 사먹이기도 했다. 권씨는 "바람맞는 일 정도는 이제 익숙해진 상태"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도 동생들과 산다. 권씨는 김 의원 집에서 김 의원 동생들에게 직접 스파게티를 만들어줘 점수를 땄다. 정치 코드는 1970년대 파독(派獨) 간호사로 일했던 권씨 어머니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좋아 김 의원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결혼 날짜(28일)는 어제(11일) 잡고, 결혼식장은 오늘(12일) 잡았다. 양쪽 부모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임신해도 국회의원으로선 첫 기록이고, 아이를 낳아도 국회의원으로선 첫 기록이다. 김 의원은 "저출산이 심각하다는데 국회의원이 그런 데도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능력 닿는 한 낳겠다"고 말했다. "의정 활동도 두 배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의원은 '권씨의 어떤 점이 좋으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