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일본 자민당 다케베 간사장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親書친서를 전달받고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친서의 내용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다케베 간사장은 "직접 친서를 읽어보지 못해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다"며 피해 갔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별 뜻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속내가 어떤 것이었든 노 대통령은 이번 일로 다시 중요한 외교 慣例관례 하나를 무너뜨렸다. 頂上정상들 간에 주고받는 친서는 대통령이 혼자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수백년 된 관례이다. 나라 사이에 민감한 일이 벌어졌을 때 정상들이 직접 속생각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친서 교환이기 때문에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국제적인 약속이다.

일반 사람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도 속을 까발리지 않는 게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인데 국가 정상들 사이에 오간 친서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독도·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우리가 일본과 치열한 외교 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 정상이 보낸 친서를 존중하는 건 바로 그 게임의 규칙인 것이다. 입장을 바꿔 고이즈미 총리가 노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기자들 앞에서 까보이려 했다면 노 대통령 개인은 물론 우리 국민이 입을 자존심의 상처가 얼마나 크겠는가. 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북한 핵 문제가 담겨져 있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민과 언론이 뭐라 하지 않은 건 모두 이런 외교 관행을 이해해서였을 것이다.

외교에서의 格式격식 파괴는 언제나 격식을 파괴했던 나라에 더 큰 害해를 입히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