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의 박지성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전 AC밀란(이탈리아)과의 홈경기 전반 9분 선제골을 뽑은 후 포효하고 있다.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던 에인트호벤은 이날 3대1로 승리했으나 '원정 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늘도 울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과 이영표는 그라운드 위에 하염없이 서 있었고, 검은 하늘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선수들의 눈물을 대신해 경기장을 뒤덮었다.

5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에인트호벤과 AC밀란의 2차전이 열린 에인트호벤 필립스스타디움.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는 분명 에인트호벤의 3대1 승리를 알렸다. 하지만 결승에 오른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1차전 0대2 패배가 뼈아팠다. 아니, 2―0으로 앞서던 후반 45분 AC밀란 암브로시니에게 헤딩슛을 허용하지만 않았어도 연장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에인트호벤의 거스 히딩크 감독도 "거의 다 잡았었는데…. 마지막 순간 (승리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인저리타임에 코쿠의 막판 쐐기골이 터졌지만 결국 원정득점 우선원칙에 따라 AC밀란에 결승 티켓을 내줬다.

에인트호벤 골상황

그래도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박지성과 이영표였다. 그들의 발끝에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박지성은 전반 9분 아크 정면에서 골문 왼쪽의 헤셀링크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벼락 같은 왼발슛으로 골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인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골. 순간 경기장에는 '떼떼떼떼 위송 빠르크(박지성을 네덜란드어로 읽은 것)~'라는 '박지성 응원가'가 흘러넘쳤다. 네스타, 스탐, 말디니, 카푸 등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로 짜여진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의 철벽 방어선이 무너진 것이다.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깨졌다. 후반 20분 상대 수비 카푸를 달고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이영표는 자로 잰듯한 크로스로 코쿠의 헤딩슛을 이끌었다.

박지성이 쏘아올린 챔피언스리그 본선 축포와 이영표가 기록한 준결승 어시스트는 97개국에 전파를 타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축구계에 알렸다. 에인트호벤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 기립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외신들도 둘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아쉽지만 매경기가 내겐 기쁨이었다"며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과 유럽축구의 경기력, 세계적 수준의 축구는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는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주인은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AC 밀란과 리버풀(잉글랜드)의 맞대결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