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쯤 부산진구 개금동 백병원 본관 2층. 내과 접수 창구 옆으로 난 작은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작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이이는 사'…'사구 삼십육'…" '구구단 노래'였다. 이곳은 '어린이 병원학교'.

이 병원에 입원중인 백혈병·소아암 환자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10평 남짓한 이 교실에선 이날 5명의 어린이들이 수업중이었다.

앞에 앉은 3학년인 승훈(9)이와 동현(9)이는 노트북을 보며 '9·9단 노래'를 따라했다. 그 옆의 4학년 짜리 주혁(10)인 노트에 9·9단을 적고 있었다. 환자복이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들 5명은 저마다 길다란 줄을 하나씩 달고 다녔다. 그들 옆엔 링거 지지대가 서 있었다. 이 학교는 부산교육청이 학력을 인정해주는 곳이다. 입원해서 이곳에서 수업을 하고 퇴원 후 다니던 학교에 가면 그동안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부산지부 정회대(41) 사무국장은 "교육청 지원을 받아 정식 학교처럼 운영되는 병원학교는 부산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이런 부산의 어린이 병원학교는 백병원외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3곳이 운영중이다.

이중 지난 해 3월 문을 연 부산대병원이 효시고 백병원과 동아대병원은 지난 3월 운영을 시작했다. 공간은 병원측이 마련해주고 노트북·교재·교구 등은 부산교육청이 지원했다. 각 학교별로 교사·보조교사 2명도 교육청에서 파견해준다. 운영비는 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부담하고 있다. 수업은 오전10쯤부터 오후3시쯤 초등부와 유치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교실별로 각 3~8명쯤 된다.

"5월은 무슨 달이예요?"(선생님) "어린이달!"(주혁이) "어린이날이지."(선생님) "어버이날 노래는 뭐예요?"(재희) "어버이 어버이 아닌가"(주현이)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했나요?"(선생님)

선생님이 묻자 재희는 주머니에서 화장지로 싼 무엇을 꺼냈다. 화장지를 펼치자 예쁜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3개가 나왔다. 종이꽃 밑에 달린 리본엔 '사랑해요'란 글이 삐뚤삐뚤 씌여 있었다. 재희는 "아빠, 엄마, 할머니에게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자! 이제 연습해볼까요?"하자 아이들이 의자에서 일어나 링거 지지대를 끌고 한 자리에 모였다.

"문득 외롭다 느낄 땐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나즈막히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혼자선 이룰 수 없죠 세상 무엇도…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모아/우리 함께 만들어봐요/아름다운 세상…."

아이들이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손도 움직였다. 손가락이 볼을 어루만지고 쥐었다 펴졌다. 수화(手話) 노래였다. 이 노래는 병원측이 오는 6일 마련할 '어린이날 잔치'에서 공연할 레퍼토리였다. 이 잔치엔 병원 수녀, 간호사들도 참가해 인형극을 해주고 중창 선물도 한다.

교사 김진주(25)씨는 "병원 학교가 아이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 같아 기쁘다"며 "이렇게 맑고 착한 어린이들인데, 어서 빨리 회복해서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건강하게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